【강필성의 대선무문(大選無門)】 다시 루비콘강에 선 이재명, 등 떠미는 친문 매파들

강필성 승인 2021.05.06 06:30 | 최종 수정 2021.05.10 13:47 의견 0

다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루비콘강에 섰다. 이번에는 극성 친문 인사들이 ‘경선연기론’을 들고 나왔다. 누가 봐도 이재명 견제론이자 비토론이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상 9월에 대선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대표적인 친문 강경파인 전재수 의원이 공식적으로 경선을11월로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이유는 뻔하다. 마땅한 친문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경선일정을 치르면 이재명 지사가 자당 후보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목적도 뻔하다. 일단 시간을 벌어서 친문 후보도 만들고, 네거티브가 통해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하락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이재명 지사가 경선연기에 불복해 탈당을 한다면 더 고맙다. 전재수 의원은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강성 친문들이 모여 있는 부엉이 모임의 핵심 멤버다. 현재는 민주주의 4.0 모임을 만들어 당내 최대 계파를 이루고 주류세력으로 우뚝 섰다. 홍영표 의원이 송영길 의원에게 당 대표직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경선연기 당내 여론은 더 커졌을 공산이 높다. 친문 제3후보를 노리는 김두관 의원이 정세균 전 총리와 만나 경선연기론을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송영길 신임 대표는 특정후보의 유불리를 위해 룰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친문 매파나 친문 낙점을 받으려는 제3후보가 경선연기를 언급한 배경으로, 첫 번째 코로나19 상황을 들고 있다. 두 번째는 야권 본선 후보가 늦게 결정되는데 민주당 후보만 일찍 결정되면 ‘흥행몰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코로나19와 당내 경선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고 해도 11월이면 코로나가 사라질 것이라 믿는 것도 ‘희망고문’이다. 차라리 코로나 때문이라면 경선연기론보다 대선연기론을 주장해야 맞다.

두 번째 든 이유도 한심하다. 현재 후보는 민주당이 넘치지, 국민의힘은 뽑고 싶어도 마땅한 인물이 부재한 상황이다. 윤석열이 바깥에서 야권 대선 지지율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합당할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원희룡, 유승민 정도가 국민의힘 잠룡군으로 분류되는데 도토리 키재기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당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여차하면 대선 막판 단일화 과정도 겪어야 한다.

이 지사가 강경 친문으로 인해 루비콘강에 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전해철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경선과정에서 한번 겪었다. 당시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 후보에 무난하게 당선됐지만, 친문 강경 지지층에서는 ‘이재명을 찍느니 차라리 남경필 후보를 찍겠다’고 협박까지 할 정도로 괴롭혔다. 또한 경남도지사에 나선 김경수 후보는 메머드급 친문 캠프가 꾸려졌지만, 이 지사는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단촐하다 못해 초라하게 캠프를 꾸렸다.

이를 잘 아는 인사가 바로 이재명 지사다. 이 지사는 ‘경선연기론’에 대해 “당이 하라면 따라야 한다”면서도 “상식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재명계로 알려진 당내 의원들 역시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승부사적 기질이 뛰어난 인물이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그 기질을 발휘해선 안된다. '홧김에 서방질'은 친문 매파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이재명 지사의 입장을 따라야 할 측근들이 불만을 앞다퉈 토로한다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지금은 자중자애할 때다. 본격적인 승부는 경선이 아닌 본선이다. 그 때를 위해 힘을 아끼고 비축해야 한다. 친문 강경파가 루비콘강을 건너라고 등을 떠밀어도 버티고 인내할 때다.

< 강필성 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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