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별곡】 작명의 즐거움 보태기

유성문 주간 승인 2021.05.28 14:48 | 최종 수정 2021.06.11 14:15 의견 0

작명의 즐거움

이정록

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공모에 애필(愛必)이 뽑혔지만

애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적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중 한글의 우수성을 맘껏 뽐낸 것들을 모아놓고 보니

삼가 존경심마저 든다

똘이옷 고추주머니 거시기장화 밤꽃봉투 남성용고무장갑 정관수술사촌 올챙이그물 정충검문소 방망이투명망토 물안새 그거 고래옷 육봉두루마기 성인용풍선 똘똘이하이버 동굴탐사복 꼬치카바 꿀방망이장갑 정자지우개 버섯덮개 거시기골무 여따찍싸 버섯랩 올챙이수용소 쭈쭈바껍데기 솟아난열정내가막는다 가운뎃다리작업복 즐싸 고무자꾸 무골장군수영복 액가두리 정자감옥 응응응장화 찍하고나온놈이대갈박고기절해

아, 시 쓰는 사람도 작명의 즐거움으로 견디는 바

나는 한없이 거시기가 위축되는 것이었다

봄 가뭄에 졸아붙는 올챙이 눈, 그 작고 깊은 끈적임을

천배쯤 키워놓으면 바로 콘돔이거니, 달리 요약 함축할 길 없어

개펄 진창에 허벅지까지 빠지던 먹먹함만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애보기글렀네 짱뚱어우비 개불장화를 나란히 써놓고

머릿속 뻘구녕만 들락거려보는 것이었다

_시집 <정말>(창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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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언어유희에 매달리는 건, 작자(作者)들의 습관적 몹쓸병이다. 그래도 시시덕 말장난을 덧보태보는 것이다. 남의 유희에 슬쩍 발을 올려놓는 건, 관음에 자위에 마침내 방사하는 즐거움이다. 왈, 뻘장화(분명 필장화는 아닐 터이니까), 남근도리, 한번쓰고버리긴넘아까워(한번이라도지대로써봐)…. 이 건 또 어떤가. 씨골무, 석남(石男)…. ‘비아그라콘돔’ 같은 히트상품도 있을 수 있겠다. 으흐흐, 이 정도면 나도…. 우쭐함도 잠시, 등 뒤로 벌컥 문 열리는 소리에 내 위세는 급속도로 쪼그라들고야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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