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도서관 지원 경기도 최하위권이던 고양시... 5년 지난 현주소는?

관내 19개 시립도서관 운영 약 204만 권 도서 보유
지원 예산·1인당 장서 수 2017년 이후 증가 추세
중앙도서관 없고 다른 특례시보다 도서 적어 아쉬워

김아름 기자 승인 2021.06.19 08:55 | 최종 수정 2021.10.11 00:42 의견 0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in angulo cum libro).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가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 <장미의 이름> 서문에 나오는 문구다.

소설의 화자 아드소가 처음 수도원 장서관에 들어갔을 때 이런 말을 한다.

"장서관이란 수세기에 걸친 음울한 속삭임이 들려오는 곳. 이 양피지와 저 양피지가 해독할 길 없는 대화를 나누는 곳. 만든 자, 옮겨 쓴 자가 죽어도 고스란히 살아남는 수많은 비밀의 보고. 인간의 정신에 의해서는 정복되지 않는 막강한 권력자였다.“

사방이 책으로 빼곡한 장서관, 즉 도서관에 가면 아드소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흥이 느껴진다. 그곳에서는 아드소의 독백처럼 서책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얘기고 네 편과 내 편의 토론이며 이면과 내면의 치열한 경합이다. ‘위대한 도서관은 인류의 일기가 진열된 곳’이라는 말처럼 도서관에는 앞선 세대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극복과 해결의 지혜들이 책갈피마다 묻어 있다.

현대 공공도서관은 단순한 지식 저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정보 매체를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이에 지역사회 문화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고양시 도서관 현황과 역할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고양시 관내 19개 시립도서관 운영

국가도서관 통계시스템상 등록된 전국 공공도서관은 총 1,134개(어린이도서관 포함)다. 공공도서관은 지자체나 교육청이 설립한 공립도서관과 사립도서관으로 나뉜다. 이 중 현재 고양시에는 모두 19개의 시립도서관이 있다.

■ 고양시 도서관 현황

도서관명 도서자료(권) 개관일자 비고
행신 150,118 1994. 05
마두 161,285 1999. 05

향토문화자료 1,677권

원당 107,193 2002. 01
화정 161,848 2003. 09 꽃(원예, 화훼)자료 2,261권
백석 142,379 2003. 09
화정어린이 106,172 2007. 06
행신어린이 107,231 2007. 06
아람누리 197,321 2007. 06 예술자료 21,920권
주엽어린이 129,787 2007. 06
풍동 90,051 2008. 01
대화 136,617 2008. 03
한뫼 139,092 2008. 03
덕이 83,148 2012. 05
식사 86,482 2012. 12
신원 71,861 2014. 05
삼송 69,262 2014. 12
가좌 66,097 2016. 10
일산 28,815 2020. 12
별꿈 11,243 2020. 12

(자료 : 고양시 도서관센터)

고양시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공공도서관은 행신도서관이다. 1994년 5월 11일 개관한 행신도서관은 토당제2근린공원이 가까워 책도 보고 가벼운 산책도 즐길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어느 도서관보다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한 곳은 아람누리도서관이다. 이곳에는 19만7,321권의 도서자료가 비치돼 있다. 특히 예술분야 서적 2만1,920권을 갖추고 있어 예술특화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화정도서관은 원예와 화훼 자료가 많고 마두도서관은 향토문화자료 1,677권을 소장하고 있다.

고양시 최대 규모 도서관인 아람누리도서관 전경

가장 최근인 지난 2020년 12월에는 별꿈도서관과 일산도서관이 잇따라 개관했다. 별꿈도서관은 스타필드 측에서 테마공원과 도서관 건립 및 운영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기로 고양시와 협약을 맺고 지어졌다. 고양시 19번째 도서관인 일산도서관은 벽과 열람실이 없는 '2무(無)' 도서관이다. 공부방이 돼버린 열람실을 없애고 대신 자료실 안에 200여 개의 좌석을 확보해 독서공간을 충분히 마련했으며, 특히 2층은 북카페처럼 꾸며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했다.

수도권 특례시 중 보유 도서 제일 적어

고양시 인구 108만 명을 도서관 수로 나누면 1관당 5만6,000여 명을 수용하는 수준이다. 이는 전국 평균인 1관 당 5만3,000여 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장서 수는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19개 도서관 도서를 모두 합치면 약 204만 권 수준이다. 이는 고양시와 함께 특례시로 선정된 수원시와 용인시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 특례시 도서관 현황

도시명 인구(명) 도서관 수(개) 도서 수(권)
고양시 109만 19 2,046,002
수원시 118만 17 2,424,856
용인시 107만 16 2,347,706
창원시 103만 11 1,827,935

(자료 : 각 시 도서관센터/도서관사업소/중앙도서관)

인구 118만 명인 수원시 시립도서관은 17개, 보유도서는 약 242만 권에 달한다. 도서관 연면적으로 봐도 고양시가 약 3만8,400㎡인데 비해 수원시는 약 7만5,500㎡로 2배가량 넓다. 인구 107만으로 고양시와 비슷한 용인시도 시립도서관 16개소에 보유 장서 수는 약 234만 권으로 고양시보다 많다.

고양시 최대 아람누리도서관 전국 100위권 밖

전국 통계를 보면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한 공공도서관은 대전 한밭도서관으로 약 86만 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부산시립 시민도서관 76만여 권, 3위는 경기평생교육학습관 69만여 권 순이다.

[자료출처 : 국가도서관 통계시스템 공공도서관 / 인포그래픽 : 김아름 기자]

국가도서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고양시에서 가장 많은 도서를 보유한 아람누리도서관은 전국 1,134곳 중 129위에 머물고 있다. 방문자 수는 171위, 자료 구입 예산은 179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전 한밭도서관 방문자 수 133만 명, 자료 구입 예산 4억9,400과 비교하면 도서 수는 23%, 방문자 수는 33%, 자료 구입 예산은 32%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보유 장서와 방문자 수는 자료 구입 예산에 비례한다는 결론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도서관 개념 없고 관별 편차 심해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고양시에는 중앙도서관이 없다는 점이다. 중앙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과 같이 ‘장서 확보 및 영구보존’을 위해 설치, 운영된다.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우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중앙도서관이 있지만 고양시는 도서관센터라는 이름으로 관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센터 사무실이 있는 화정도서관이 본관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화정도서관은 장서 영구보존이라는 중앙도서관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도서관별 편차도 심하다. 아람누리, 화정, 마두 도서관은 20만 권 가까운 도서를 보유하고 있지만 삼송과 가좌 도서관은 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6만여 권 수준이다. 특히 최근 개관한 일산과 별꿈 도서관은 각각 2만8,000여 권, 1만1,000여 권으로 보유 도서량만 보면 시립도서관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이재준 시장 도의원 시절 도서관 지원 미흡 지적

불과 5년 전 고양시 도서관 지원이 경기도 내 최하위권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고양시는 공공도서관 수가 16개로 수원에 이어 도내에서 두 번째로 많지만 연간 도서구입비는 1인당 1,200원으로 의정부, 안성(각 1,000원)에 이어 가장 적었다. 사서 수도 고양시는 2.9명으로 성남, 의정부(각 6.0명)의 절반꼴로, 독서 지도나 책 안내 등 양질의 서비스는커녕 도서 대출·반납 업무만 하기에도 빠듯한 셈”이라는 보도(한겨레 2016년 9월 6일 자)가 그것이다.

당시 도내에서 도서구입비와 사서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은 과천시로 1인당 4,700원, 1관당 9,3명 꼴인데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는 당시 경기도의회 한 의원이 도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고양이나 안산, 시흥, 오산시와 같이 재정력이 충분한 지자체들의 도서관 운영 실태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경기도는 도서관법을 위반하고 치적 홍보용으로 도서관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지자체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5년 전 고양시 도서관 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냈던 주인공은 현재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재준 시장이다.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도서관으로

빈약한 지원을 질타했던 의원은 2018년 시장이 됐다. 그리고 2020년 기준 도서관 예산은 2017년 대비 63% 늘어난 25억 원을 확보했다. 덕분에 5년 전 1.8권에 불과했던 1인당 장서 수가 2.25권으로 늘어났다. 물론 경기도 목표치인 2.5권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장서보유량이 도서관 질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적 의미의 도서관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고양시 도서관 질은 양호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양시는 지난해부터 특정 주제에 맞게 책을 추천하는 '북큐레이션(Book Curation)'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서들의 전문적인 북큐레이션에서 더 나아가 동네책방·지역출판사·고양시민·고양어린이까지 큐레이터의 범위를 넓혀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책을 매개로 시민과 소통 중이다. 기존의 낡은 도서관 이미지에서 탈피, 도서관의 핵심인 ‘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도서관의 겉과 속을 새롭게 바꾸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 공공도서관 북큐레이션-고양시민의 서재

관내 도서관들도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고양시 두 번째 도서관이자 일산신도시의 첫 번째 도서관인 마두도서관이 개관 21년 만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독서실로 전락한 공공도서관의 낡은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칸막이 좌석으로 꽉 찼던 열람실을 과감히 없애고 개방형 독서공간을 대폭 늘렸다.

화정도서관은 작년 리모델링을 통해 여느 북카페 못잖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문화예술 공연이 가능한 분위기 좋은 공간으로 SNS와 방송에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다.

리모델링 후 마두도서관 내부 전경
리모델링 후 화정도서관 내부 전경

작년 개관한 일산도서관과 별꿈도서관도 벽과 열람실이 없는 '2무(無)' 도서관으로 책읽기 즐거움이 배가되는 시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 일산서구 대화도서관에는 웹툰-드론-3D프린터-코딩-로봇 등 4차 산업 관련 교육이 가능한 ‘메이커스페이스’가 있다. 도서관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창업공작소가 들어서며 활력이 더해지고 덩달아 도서관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 시대 스마트 도서관 각광

코로나19 여파로 작년에는 전자자료 이용과 스마트도서관 대출이 대폭 늘어났다. 2019년 8만5,000권이던 전자책 이용은 2020년 13만권이 넘어 54% 이상 증가했다.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도서대출 반납기인 스마트도서관 대출 권수도 31%나 증가했다.

고양시는 코로나19 시대에도 시민에게 안전한 도서관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유동인구가 많은 화정역, 대화역, 일산역 등 7개 지하철역에 설치돼 있는 스마트도서관이 올해 2개 추가된다. 365일 비대면으로 이용 가능한 도서관이 총 9개로 늘어나는 것이다. 전자책-오디오북 등 전자자료도 현재 5만5,000권에서 5만8,000권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다양한 온라인 문화강좌도 진행한다. 작년에는 어린이책 작가와 손편지 주고받기, 랜선 독서, SNS로 소통하는 글쓰기 강좌, 온라인 북토크 등 90여개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올해도 '길 위의 인문학-고맙습니다 내인생' 등 도서관 인기강좌를 지속 개최할 계획이다.

한여름 다채로운 프로그램 진행

7월 지역 도서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주엽어린이도서관은 6월 17일부터 7월 8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세계그림책 워크숍 ‘그림책, 꽃피우다 시즌2–한국그림책 편’을 운영한다. 온라인(Zoom)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좌에서는 한국그림책의 역사·현황과 세계 그림책 속에서의 한국 그림책을 조망하는 시간을 갖는다.

백석도서관은 7월 부터 4회에 걸쳐 문화 예술 프로그램 ‘미술이 건네는 위로 2’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 3월 진행된 ‘미술이 건네는 위로1’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르네상스 중심지인 이탈리아‘피렌체’와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중심으로 미술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뫼도서관은 7월 5일 <풀 파워>의 저자 김동현과 자연식물식 세계를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연에서는 자연식물식을 실천하고 있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인 김동현 저자가 새로운 음식문화 트렌드, 건강한 식단 및 건강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온라인 Zoom을 통해 강좌가 진행된다.

신원도서관은 7월 1일부터 17일까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여자의 미술관’을 운영한다. ‘여자의 미술관’은 20세기의 여성미술가들 4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주제로 한다. 프로그램은 강연 3회, 탐방 1회, 후속모임 1회 등 총 5회에 걸쳐 진행된다.

식사도서관은 오는 7월 6일부터 영어 연극 프로그램 ‘한여름 밤의 꿈’을 운영한다. 23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온라인(Zoom) 방식으로 운영된다. 진행은 드라마실천그룹 크래커의 대표 허정미 강사가 맡는다.

별꿈도서관은 고양시 어린이를 대상으로 오는 7월, 8월 두 달간 시민 참여형 북큐레이션 별꿈 스케치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별꿈 스케치북은 어린이들이 직접 추천하고 싶은 도서를 골라 추천하는 이유와 인상 깊은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도서관에 작품을 전시하는 어린이 참여 북큐레이션 프로그램이다.

도서관 평생학습의 장으로 자리매김

고양에는 19개 시립도서관 외에도 90여개 작은 도서관과 30개가 넘는 지역서점이 있다. 시는 풍부한 독서인프라를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내고 독서생태계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고양책길 지도’를 만들어 시민들에 선보였다.

고양시 고양책길 지도

그리고 올해에는 덕양구 고양도서관이 착공해 들어가 오는 2023년 2월 개관할 예정이고, 덕양구 도내동에는 도서관과 체육시설이 결합된 원흥복합문화센터가 내년 착공 예정이다.

도서관은 평생학습의 장이다. 도서관은 세대 간을 연결시키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모든 시민을 위한 평생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

‘책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그곳, 고양시에서 만난 도서관이 마침내 찾아낸 쉴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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