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승인
2021.07.18 09:47 | 최종 수정 2021.07.2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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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풀
서상만
평생, 이름이 없는 풀
이름은 있어도 그 이름 잘 몰라
불러주지 않는 풀, 한참 시든 풀
제 한 몸 가누는 데 세월 다 보낸 풀
우리는 그런 풀을 그냥
우리 풀이라 하지
_시집 <그림자를 태우다>(천년의 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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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알에 노루오줌, 애기똥에 며느리밑씻개, 거지덩굴에 도둑놈의갈고리, 미치광이풀과 홀아비꽃대, 족두리에 도깨비바늘, 쇠뜨기에 뚱딴지까지. 이름은 있어도 그리 내세울 것도 없는 이름들, 있어도 없어도 좋을 이름들, 그렇지만 사연 하나쯤은 안고 있을 법한 이름들. 그 이름들은 모양도 모양이지만 마음을 더 담는다. 백화보다 더 무성한 잡초들, 그 풀들이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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