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 도깨비

어디든 달라붙어 멀리 떠나보내는 도깨비바늘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1.10.19 13:14 의견 0
도깨비바늘 Bidens bipinnata L., 1753. 국화과 도깨비바늘속 한해살이풀


등산하고 집에 와 보면 바늘같이 생긴 것들이 옷에 달라붙어 있을 때가 있다. 언제 어디서 달라붙었는지 모르니 마치 신출귀몰하는 도깨비 같다고 해서 도깨비바늘이다. 떼어내 보면 진짜 뿔 달린 도깨비 머리처럼 생기기도 했다.

산에서 옷에 달라붙어 온 건 도깨비바늘 씨앗이다. 길이 1 cm 정도 밖에 안 되는 씨앗 끝부분이 세네 갈래로 갈라져 있다. 갈라진 바늘 안쪽에는 아주 날카로운 가시들이 바늘 반대 방향으로 촘촘하다. 덕분에 사람 옷이나 동물 털이나 그 어디든 잘 달라붙는다. 도깨비바늘이 씨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인 거다.

도깨비바늘은 수과의 열매가 방사형으로 벌어져 있다가 사람이나 동물이 스치고 지나가면 씨앗이 떨어져 나가면서 달라붙어 멀리 이동한다. 도깨비바늘 말고도 도꼬마리, 미국가막사리, 도둑놈의갈고리 등도 이 같은 도깨비 전략을 편다. 멀리 떠나보내 잘 살아남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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