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 쥐방울

북한에서는 방울풀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쥐방울덩굴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1.10.27 09:00 의견 0
쥐방울덩굴 Aristolochia contorta Bunge, 1833. 쥐방울덩굴과 쥐방울덩굴속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가소롭다는 의미로 '쥐방울만한 게'라는 말을 가져다 붙인다. 의미는 다르게 쓰이지만 '쥐뿔도 모르는 게'와도 일맥상통하는 바 있다. 둘 다 쥐의 생식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쥐가 매우 작은 동물인 만큼 생식기 또한 보잘것없겠다. 그렇다 보니 이런 말을 듣는다는 건 매우 굴욕적일 수 있게 된다.

그런 쥐방울이 이름에 떡하니 붙어 있는 풀로 쥐방울덩굴이 있다. 색소폰처럼 생긴 꽃 아래에서 둥글게 부풀어 있는 씨방을 두고 지어진 이름으로 보인다. 쥐방울덩굴 속명 아리스토로키아 Aristolochia도 나팔관과 자궁을 떠올리는 여성 생식기에서 비롯됐다. 속명이 출산(lochia)에 가장 좋다(aristos)는 희랍어로부터 유래한 거다.

그렇지만 쥐방울덩굴 열매를 놓고 볼 때 한약재 이름으로 쓰이는 마두령 馬兜鈴이 훨씬 잘 어울린다. 말의 목에 거는 방울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북한에서는 방울풀로 부른다. 이럴 때 보면 비속어를 쓰지 않고 순우리말로 의미를 살리려는 북한 노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쥐똥나무를 검정알나무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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