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전쟁의 진실을 밝히는 불꽃으로 깨어 있고 싶다"

박명희 지음, <숨어 있는 생>

조용석 기자 승인 2022.05.20 15:13 의견 0

1989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한 직후 '1990년대를 여는 작가'로 조명을 받았던 박명희 작가가 두번째 소설집 출간 후 10여 년의 침묵을 깨고 현대사의 상처를 격조있는 이야기로 직조했다. 한국전쟁 전후로 이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선택한 여자의 한생과 그 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숨어 있는 생』은 누구보다 귀하게 태어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성장했어도 역사의 그늘 속에 자신의 존재를 감춰야 하고 숨어 살아야 하는 주인공 홍해강과 어머니 정인주를 둘러싼 모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데올로기를 떠나 사람이 사람을 만나 첫눈에 반하고 사랑한 일로 인해 태어난 자식을 위해 스스로 존재를 지워야 했던 여자의 기구한 삶을 그렸다.

박명희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가끔 한국전쟁을 상기한다. 그 시대와 해후하기 때문이다. ‘글 쓰는 자는 매번 패배한다’는 고(故)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에 동감한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치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소설 쓰기 뿐이었다. 전쟁 중에 묻혀간 진실들을 하나쯤은 건질 목소리를 갖고 싶은 바람으로 겁 없이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소설 쓰기는 신께서 내게 주신 선물이었으나 저주이기도 했다.

사는 동안 소설은 내게 희망이었으나 가슴 시린 외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소설은 아직도 내 영혼의 그리움이다. 기왕에 내딛은 걸음, 나는 저 어둠을 밝히는 휘황한 횃불이 될 꿈은 애초에 갖지 못한다. 다만 단 한 점이라도 전쟁의 진실을 밝히는 불꽃으로 깨어 있고 싶다”고 밝혔다.

김유정문학촌장인 이순원 작가는 “박명희 작가와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다. ‘1990년대를 여는 작가’로 함께 주목받으며 여러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같이 했다. 특히나 소설집 『숨어 있는 방』으로 대표되는 한국 중년여성 문제를 격조 높고도 심도 있게 펼쳐 문학적 완성도와 함께 뚜렷한 조명을 받았던 작가"라고 평가하며, "그 박명희 작가가 소설 속의 시공간 무대를 확장해 해방 이후 우리나라 현대사 전체를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끌어안는 장편소설 『숨어 있는 생』을 펴냈다. 우리는 현대사의 지난 상처를 지금 우리가 선 자리의 반성과 성찰로 돌아본다. 박명희의 소설은 아름답고 격조 있다. 박명희 작가가 직조해내는 아름다움과 격조가 이야기 속의 안타까움과 함께할 때 이른 봄날 저녁 목련나무 가지로 사이로 부는 바람처럼 독자의 가슴을 훑는다”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박명희(朴明希) 소설가는

전주여고,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했다. 1989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별의 주소」로 등단했다. 소설집 『안개등』 『숨어 있는 방』을 출간했다. 제34회 한국소설 문학상을 수상했다. 서울가정법원의 조정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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