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비단 주머니

한복 치마에 매단 비단 주머니 닮은 금낭화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2.05.25 09:00 | 최종 수정 2022.05.25 14:08 의견 0
금낭화 Dicentra spectabilis (L.) Lem. 현호색과 금낭화속 숙근성 여러해살이풀


진분홍색 꽃이 활처럼 휘어진 줄기에 일렬로 매달렸다. 금낭화 錦囊花, 비단 주머니 꽃이다. 한 정당 대표가 선거 때 건넨 비단 주머니에는 비책이 들어 있었나 보다. 그렇지만 한복 치마에 매단 비단 주머니 속 세뱃돈이 더 탐이 난다.

금낭화는 암 수술을 비단 주머니 안에 꽁꽁 숨겨 놨다. 그래서인지 금낭화 찾는 벌과 나비가 없다. 바깥쪽 진분홍색 꽃잎 끝에는 거꾸로 젖혀진 꿀주머니(거 距)가 있는 데도 말이다. 안쪽의 하얀 꽃잎 두 장이 암 수술을 감싸고 있다.

그럼 자가 수분을 한다는 말일 수 있다.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만 그리 걱정할 일만도 아니다. 금낭화는 튤립처럼 구근식물이라서 번식력이 좋다. 씨앗에는 개미가 좋아하는 엘라이오솜을 둔 개미살포식물이기도 하다.

족보가 다소 헷갈리는 금낭화다. 식물도감에 따라서 양귀비과 또는 현호색과로 서로 다르다.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알려져 왔으나 천마산, 설악산 등에서도 자생한다. 꽃이 예쁘게 핀 것과는 달리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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