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로 세상읽기】행동경제학의 탄생, 역할, 전망

김위영 산업번역 크리덴셜 대표 승인 2022.08.08 09:00 의견 0

It is not from benevolence of the butcher, the brewer, or the baker, that we expect our dinner, but from their regard to their own interest. We address ourselves, not to their humanity but to their self-love, and never talk to them of our own necessities but of their advantages. --Adam Smith,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P 27

우리가 저녁상을 차릴 수 있는 것은 정육점주인, 양조업자, 제빵업자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에 호소하는 것이며, 우리의 필요가 아닌 그들의 이익에 호소하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중에서

경제학의 창시자인 Adam Smith(애덤 스미스, 1723~1790)는 1776년 <국부론>을 통해서 시장경제의 원리인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한 가장 효율적인 자율조정기능으로 자본가에게 이윤, 근로자에게 임금, 지주에게는 지대로 부가 배분된다고 설명했다. 고전파를 이은 신고전파 경제학은 사람의 경제활동에 따른 의사결정에 정보를 활용하여 항상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이콘(Econ: 경제적 인간)’을 전제로 한다. 사람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매우 정확한 계산을 하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라는 전제이다.

이에 대해 인간의 인지능력의 한계라는 관점을 가지고 주류 경제학이 가정하는 합리성에 대해 비판을 한 최초의 사회학자가 Herbert Simon(허버트 사이먼, 1916~2001)이다. 사이먼의 주장은 심리학과 경제학이 결합하는 ‘행동경제학’을 탄생시켰다. 사이먼은 이런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도입한 학문이다. 인간이 주어진 정보 안에서 항상 최선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수많은 실증적 사례로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로써 300년 정통경제학의 기본 프레임이 무너져버렸다.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 2인과 그들의 저서를 소개하려 한다.

◆ Daniel Kahneman(대니얼 카너먼, 1934~ )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 교수이다. 그는 인간이 의사결정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상식 밖의 경제활동을 하는지 연구했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수십만 명의 인원을 실험에 동원하여 50여 개의 이론을 정립했다. 행동경제학의 대가(大家)이자 대부(代父)이다. 그는 스스로 정립한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영향으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망이론(Prospect theory)’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모순 덩어리이다

_<Thinking, Fast and Slow(생각에 관한 생각, 2011)>

대니얼 카나먼 교수가 인간의 두 가지 사고체계인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의 충돌과 융합에 대한 다양한 시험 결과를 담은 저서이다. ‘편견(bias)’이 인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행동경제학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다.

For an example, here is a simple puzzle. Do not try to solve it but listen to your intuition:

A bat and ball cost $1.10.

The bat costs one dollar more than the ball. How much does the ball cost?

A number came to your mind. The number, of course, is 10: 10¢. The distinctive mark of this easy puzzle is that it evokes an answer that is intuitive, appealing, and wrong. Do the math, and you will see. If the ball costs 10¢, then the total cost will be $1.20 (10¢ for the ball and $1.10 for the bat), not $1.10. The correct answer is 5¢. It safe to assume that the intuitive answer also came to the mind of those who ended up with the correct number—they somehow managed to resist the intuition. --P 44

예를 들어서, 여기에 단순한 퀴즈가 있다.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본능에 귀 기울여라.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을 합쳐 1달러 10센트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공의 가격은 얼마일까?

어떤 숫자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10센트. 그러나 이는 오답(誤答)이다. 이 쉬운 퍼즐의 특징은 직관적이고 매력적이며 잘못된 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계산을 하면 알 수 있다. 공의 가격이 10센트이면 총 비용은 1달러 10센트가 아니라 1달러 20센트다(공은 10센트, 방망이는 1달러 10센트). 정답은 5센트다. 정답을 맞춘 사람들의 마음에 직관적인 답도 떠올랐다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들은 어떻게든 직관에 저항했다.

For most people, the fear of losing $100 is more intense than the hope of gaining $150. We concluded from many such observations that “losses loom larger than gains” and that people are loss averse. --P284

대부분의 사람은 150달러를 따는 희망보다 100달러를 잃는 두려움이 더 강력하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수차례 관찰한 끝에 ‘손실은 이익보다 더 커 보이며’, 사람들은 손실을 회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Regret is an emotion, and it is also a punishment that we administer to ourselves. The fear of regret is a factor in many of the decisions that people make(“Don't do this, you will regret it” is a common warning), and the actual experience of regret is familiar. --P346

후회는 감정이자 우리가 자신에게 내리는 벌이다. 후회의 두려움은 인간이 하는 수많은 결정의 요소이다(‘이것을 하지 말라, 후회할 것이다’가 공통된 경고이다). 후회의 실제적 경험은 친숙하다.

The remembering self is sometimes wrong, but it is the one that keeps score and governs what we learn from living, and it is the one that makes decisions. What we learn from the past is to maximize the qualities of our future memories, not necessarily of our future experience. This is the tyranny of the remembering self. --P381

기억 자아는 가끔 틀리지만 점수를 매기고, 우리가 삶 속에서 배운 것을 지배하고 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과거애서 배운 것이 미래 경험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래 기억의 질을 최대로 높여 준다. 이것은 바로 기억 자아의 폭정이다.

인간의 의사결정에는 언제나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한 노이즈가 있다

_<Noise; A Flaw in Human Judgment(노이즈; 인간 판단에서 결함, 2021)

노이즈(잡음)는 판단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법원 판결뿐 아니라 의사의 진단, 경기예측, 범죄수사, 채용면접, 인사고과 등등에서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동일한 범죄로 기소된 비슷한 사람들에게 한 사람은 징역 5년을, 다른 사람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노이즈로 인한 결정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대안으로 AI(인공지능)에 의한 의사결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이즈에 대한 여러 사안을 설명한 저서이다.

Wherever there is judgment, there is noise—and more of it than we think. --P33

판단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잡음이 있고, 그 잡음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In short, psychological biases, as a mechanism, are universal, and they often produce shared errors. But when there are large individual differences in biases(different prejudgments) or when the effect of biases depends on context(different triggers), there will be noise. Both bias and noise create error, which suggests that anything that reduces psychological biases will improve judgment. --P175

간단히 말해, 기제(機制)로서 심리적 편향은 보편적이며, 곧잘 공유된 오류를 일으킨다. 하지만 편향(다른 선입견)에서 개인차가 크다든지 편향의 영향이 상황(다른 유발인자)에 의존할 때 잡음이 생길 것이다. 편향과 잡음은 모두 오류를 낳으며, 이는 어떤 식으로든 심리적 편향이 줄어들면 판단이 개선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The invisibility of noise is a direct consequence of casual thinking. Noise is inherently statistical: it becomes visible only when we think statistically about an ensemble of similar judgments. Indeed, it then becomes hard to miss. --P219

잡음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인과적 사고의 직접적인 결과다. 잡음은 본질적으로 통계적이다. 우리가 유사한 판단들의 집합에 대해 통계적으로 사고할 때에만 눈에 보인다. 일단 그러고 나면 잡음을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One strategy for error reduction is debiasing. Typically people attempt to remove bias from their judgments either by correcting judgments after the fact or by taming biases before they affect judgments. We propose a third option, which is particularly applicable to decisions made in a group setting detect biases in real time, by designating a decision observer to identify signs of bias. --P370

오류를 줄이는 한 가지 전략은 편향을 없애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실을 확인하고 판단을 수정하거나, 판단에 영향을 주기 전에 편향을 조정하여 판단에서 편향을 제거하려고 한다. 우리는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하려 한다. 이는 편향의 징후를 알아차리는 결정 관찰자를 지정하여 실시간으로 편향을 감지하는 그룹 결정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 Richard H. Thaler(리처드 H. 세일러, 1945~ )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독일계 미국인이다. 1980년부터 40년간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시켰으며,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행동경제학이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 잡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상대방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지혜의 수단이 넛지이다

_<Nudge(넛지, 2008)>

인간이 심리적 영향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베스트 셀러인 <넛지>를 통해 변덕스러운 인간 행동을 보다 정확히 설명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보다 나은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When the stripes first appear, they are evenly spaced, but as drivers reach the most dangerous portion of the curve, the strips get closer together, giving the sensation that driving speed is increasing. One's natural instinct is to slow down. When we drive on this familiar stretch of road, we find that those lines are speaking to us, gently urging us to touch the bake before the apex of the curve. We have been nudged. --P39

도로 위의 차선들이 처음 나타날 때, 선들이 모두 고르지만 운전자가 가장 위험한 커브의 지점에 닿을 때 차선들이 간격이 좁아져 운전 속도가 증가하는 느낌을 준다.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속도를 늦추게 된다. 낯익은 도로를 달릴 때마다 하얀 선들이 우리에게 말한다. 커브의 정점에 닿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부드럽게 강요한다. 우리는 넛지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The Reflective System can be nicer as well as smarter than the Automatic System. Sometimes it’s even smart to be nice. We think that Humans would be better off if they gave a booster what Abraham Lincoln called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P238

메일을 보내는 숙고 시스템은 자동 시스템보다 더 현명할 뿐 아니라 더 선할 수도 있다. 가끔은 선함이 현명함이 되기도 한다. 인간들이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한 ‘우리의 본성 중 상대적으로 선한 천사’를 독려한다면 인간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Greed and corruption helped to create the crisis, but simple human frailty played a key role. We will not be able to protect against future crises if we rail against wrongdoers without looking in the mirror and understanding the potentially devastating effects of bounded rationality, self control problems, and social influences. --P271

탐욕과 부패는 위기를 양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단순한 인간의 나약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거울을 보지 않고 제한된 합리성, 자기통제 문제 및 사회적 영향의 잠재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이해하지 않고서 범죄자를 비난한다면 미래의 위기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

무시당했던 행동경제학이 이제는 주류 경제학이 되었다

_<Misbehaving: The Making of Behavioural Economics(행동경제학, 2015)>

처음에는 무시되고 인정받지 못한 행동경제학이 경제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게 된 여러 상황을 설명한다. 20세기 사회과학의 가장 빛나는 성과인 행동과학의 모든 통찰과 아이디어를 담았다.

The field has become known as “behavioral economics.” It is not a different discipline: it is still economics, but it is economics done with strong injections of good psychology and other social sciences. --P9

이 분야는 행동경제학으로 알려져 있다. 행동경제학은 다른 학문이 아니다. 여전히 경제학 범주에 속하며, 다만 좋은 심리학과 다른 사회과학의 강력한 주입으로 실행된 경제학이다.

Human do not have the brains of Einstein(or Barro), nor do they have the self-control of an ascetic Buddhist monk. Rather, they have passions, faulty telescopes, treat various pots of wealth quite differently, and can be influenced by short-run returns in the stock market. We need a model of thee kinds of Humans. --P98

인간은 아인슈타인(혹은 경제학자 배로)의 뇌뿐만 아니라는 금욕적인 수도승의 자기 통제력 도 없다. 그들은 열정과 결함이 있는 망원경을 가지고 있고, 상당히 다른 재산을 가진 다양한 항아리를 관리하며, 주식시장의 단기 수익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에게는 이런 인간에 대한 이론을 필요로 한다.

After a life as a professional renegade, I am slowly adapting to the idea that behavioral economics is going mainstream. --P347

평생을 경제학의 변절자로 살아오고 난 후에야 나는 행동경제학이 주류로 진입하고 있다는 생각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다.

◆ 행동경제학은 정통경제학의 오류를 시정하며 경제학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정통경제학은 19세기에 물리학에서 균형이론과 합리성을 도입하여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실증주의의 영향을 받아 수학적 방법을 통해 경제학을 일종의 과학으로 탈바꿈시키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경제학은 가치판단을 전제로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과학이 될 수 없다. 인간이 합리적 판단을 한다는 경제학의 대(大)전제는 행동경제학의 등장으로 무너져버렸다.

그렇지만 정통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인간의 합리성은 현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을지라도 여전히 유용하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가정에 근거하여 도출된 경제이론은 현실을 이해하고 반추하는 거울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 인간이 현실에서 지향해야 할 나침판이 될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발달로 현실 속의 인간의 모습에 대한 경제학의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행동경제학은 다양한 관점의 실험과 통찰을 통해 인간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현실을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정통경제학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정통경제학의 합리적 경제주체와 행동경제학의 비합리적 경제주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상호 작용함으로써 빚어내는 결과들은 경제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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