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 오리 五里

오리마다 심었다면 누구나 알아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막상 그렇지 않은 오리나무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2.08.10 09:00 의견 0
오리나무 Alnus japonica (Thunb.) Steud. 자작나무과 오리나무속 낙엽 활엽 교목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게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마저 몰라 보기 십상인 오리나무다. 오리 五里마다 심어 거리 표시를 삼았다면 누구나 알아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막상 그렇지 않다. 오리나무는 특징 없는 특징이 있다.

잎이 그저 그렇다. 타원형으로 다른 나뭇잎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꽃은 볼 품 하나 없어 눈길조차 가지지 않는다. 작은 솔방울 모양으로 땅에 떨어진 열매를 보고 나서야 알아본다. 그것도 이 근처에 오리나무가 있을 거라고 짐작해 볼 뿐이다.

예전에는 오리나무가 흔했고 그만큼 만들어 쓰지 못하는 것 또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오리나무 보기가 어려워졌다. 헌인릉 들렸을 때 오리나무부터 찾아 본 연유가 그와 같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오리나무 생태보전지역이었다.

왕릉 주변에 소나무 심어 현무 삼고 능 아래에는 오리나무로 주작을 삼았다. 오리나무는 물에 잘 견뎌 습지가 발달한 헌인릉에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진짜 물 좋아 하기로는 물오리나무가 있다. 이십 리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도 찾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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