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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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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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은 싱숭생숭했다. 봄볕 아련한 날, 어머니는 조용히 길을 나섰다. 즐거운 나들이 길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바람기에 어머니가 맞설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고작 그렇게 친정으로 가버리는 것뿐이었다. 연분홍 치마는 속절없이 바람에 날리고, 문밖을 나서는 어머니의 슬픈 뒷모습 곁으로 금속성 핸드백만이 괜스레 번쩍거렸다. 가녀린 햇살조차 매운 봄바람에 잠시 비틀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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