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성냥

유성문 주간 승인 2023.05.25 09:00 의견 0

“토요일 오후 4시, 별다방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남몰래 보낸 나의 연통을 보기는 보았을까. 두 시간이 넘도록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나는 애꿎은 성냥통을 열고 테이블 위에 성냥개비를 몽땅 쏟은 다음, 그것으로 탑을 쌓아나갔다. 1층, 2층… 15층, 16층… 레지의 눈총으로 등에 진땀이 밸 무렵 나는 힘없이 아래층 성냥개비에 불을 붙였다. ‘푸석’하고 화염이 이는 순간, 다방 문이 열리고 흰 그림자 하나가 문득 내 시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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