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내일은 무슨 꿈을 꿀까?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3.07.11 09:00 의견 0

1. 자다 깼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모: 나쁜 놈

자: 미안해.

꿈속이었다.

모: 못된 놈

자: 그럼 내가 언제까지 조간신문 돌리고 일일공부 돌려야 돼?

모: ....

자: 입산하는 게 슬픈 게 아니라고. 울지 말라고. 쫌 제발. 꿈속에서 내가 소리친 게 너무 미안해 꿈에서 깨어 질질 울었다.

2. 자,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으세요.

내 방에 걸려있던 추사의 묵란을 인사동 금당이라는 골동품가게에 팔아 타자기를 샀다. 소설을 쓰려고 타자기 가방을 들고 짜장면을 먹었고 타자기를 든 채 라다크엘 갔다.

사리를 입은 전통복장의 미모의 인디엔느였다. 꿈이었다. 나는 티벳 호텔에서 누웠다. 비비고 문질러주는 자극으로 말초 신경부위를 자극해 뭉친 근육과 뻣뻣해진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데 인디엔느는 어느새 백인여자가 되었다가 흑발갈안이었다가 양귀비였다가 클레오파트라였는데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국산귀신이 머리를 헤쳐풀고 시퍼런 칼을 들고 알몸 위에서 피를 흘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꿈에서 깨었는데 집채만한 뱀 세 마리가 나를 감싸 옭죄고 있었다.

으으으 왼쪽 다리에 쥐가 나 으으으 너무 후달려. 추사의 난값을 가짜라고 후려치던 금당 골동품가게 사장은 피살되었다고 뉴스에 나오고 꿈속의 꿈에서 깨었는데 도덕적이지 못했던 꿈 도입부에서 중간까지만 꿈을 꾸다 깨었으면 좋았겠구만


3. 몸, 마음 그리고 춤. 그날의 기억들

찬란한 승리의 그날은 정녕 언제 오려나.

가끔 그렇듯 손이 저리고 발이 저렸다. 어, 이런 일이 없었는데, 하고 읊조리면서 자다가 깨어 꿈틀거리고 일어나 저린 발을 풀었다.

母도 인디엔느도 백인여자도 흑발갈안의 필리피너도 양귀비도 유치한 국내귀신도 태국에서 왔다는 클레오파트라도 없었다.

이제 육십을 넘긴 내 나이 중년 아직도 벌떡 서네, 하며 냉수를 찾아 벌컥벌컥 마셨다. 그런데 내가 라다크는 왜 갔었지? 누구랑 갔었지? 언제 갔었지? 뭄바이는? 하다 위기다, 했는데 갈 데까지 가보는 거지 뭐, 해도 내가 언제 다시 라다크엘 갈 수 있을까? 뭄바이는? 하는데 갑자기 카트만두 히말라야 만년설 이 다시 보고 싶어 진다.

정신이 번쩍 든다. <제엔장>하며 마당에 나와 소리치고 걷다가 뛰다가 씁쓸하게 웃었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하고 소심하게 네 박자로 마당에 나 말고 또 한 사람이 있는 양 노래와 함께 박수치고 어깨와 발과 엉덩이를 부딪친 후 서로 팔을 걸고 한 바퀴를 돌고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나의 노래와 동작들이 점점 더 커졌다.

허깨비와 그러는 나를 보고, 내 속사정은 모르고 소피를 보러 나왔던 공시생이 <날이 더우니 미쳤네, 우리 스님.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드디어 우리 스님 미치셨네.>라며 혀를 끌끌 찬다.

<못 본 거로 해라>하자 낄낄대며 놈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고 도가니야>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릎을 만지다 방으로 돌아오니 잠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 있었다.

4. 내일은 무슨 꿈을 꿀까?

기대가 된다. 그대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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