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요?
사랑해. 웬일?
바다 씬이 있어 촬영하고 올라가다 생각이 나서요.
무슨 죄가 많은지 고추 끈을 오늘에서야 맸다. 고추 끈을 매는데 삼십 년 지기인 여배우가 왔다. 그녀에게는 여성성과 모성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소설 안 쓰시고요?
법당에 참배를 하고 나와 고추밭에 서서 묻는다.
되도 않는 소설 쓰는 거, 수행한다고 똥폼 잡는 것도 좋지만 농사짓는 게 더 재밌네. 농작물들은 쑥쑥 자라는 게 보여. 얘네들 봐, 오이, 고추 크는 걸 좀 보라고. 호박도 나오잖아. 자비는 절 간판에만 써놓고 애면글면 몸부림치는 세상으로 이만큼 살았으니 이제 남은 생은 여유로 살아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연일 계속되는 농사일로 몸이 녹작지근하다.
그렇게 사랑하다 사랑하지 못 하게 되면요?
그녀는 수줍음과 함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여성스럽고, 가냘펐지만 입담만은 거침없었고 크러시 했다.
그럼 죽는 거지 뭐. 큰스님네들이 돌아가시면 열반. 내가 죽으면 뒈지는 거지 뭐. 크으.
그러니까, 그동안의 만첩첩 두루적막은 오늘을 위해 있었던 거라고. 그러니 이제라도 우리 사랑하자.
뜬금없이 다 늙어 웬 사랑타령? 에로티즘? 조르주 바타유였던가요? 호기심에 들여다 본 기억이 있네요.
나이가 들어도 예쁘다. 보살이 나보다 한 살 많아 6학년 8반이던가?
네, 이제 밤운전은 버거워요.
그건 나도 그래. 특히 비오는 날은. 보살은 젊었을 때 고왔어. 나도 눈이 푸르렀는데.... 어쨌든 사랑은 삼삼하지 않아?
금기와 위반을 넘어서였던가요?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類의 에로티즘'의 최종적 의미는 '죽음'이다, 라던 요.
...
저도 무척 욕망하고 갈망했지만 결국은, 막상 닥쳐보니 떠오른 건 다름아닌 사랑이 꼭 죽음 같아서 그 쾌감에서 발을 뺀 적 있어요. 그런데 스님의 사랑은 꼭 자학같아요. 스님 말씀대로 에로스, 하기는 한데 에로틱하지는 않네요.
히이.
스님은 사랑 못해요.
왜?
저같이 벼락 맞을 년이나 하는 거에요.
크으.
그래도, 우리 지금이라도 슬슬 연애나 볼까?
이성적이고 플라토닉한 러브가 무슨 재미 있어요?
금기와 위반을 넘는 것만이 재미있는 거야?
히이, 스님은 자지도 안 서신다며요..... 스님하고는 전기가 파바박 안 튀어요. 스님과 같이 극락세계에 사시는 이랑 무슨 재미로? 에로스를 식(識, 앎)과 색(色)으로 보시고 인간의 조건을 삶을 노동으로 보는 평등주의자 하고는 스릴도 재미도 읎어요.
....어렵네....쾌감이 지옥세계에 있다?! 사랑이 파바박 튀는 거라는 걸 쾌락이 지옥세계에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네......그런데 그렇게 보면 그러네. 그런데 이 진흙세상에서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사랑을 한다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뭘 할까? 미워하기보다 사랑하다가 사랑해보다가 百年이나 千年쯤 사랑하다보면 나도 나를 사랑해서 부처가 되겠지.
그녀는 그녀의 아들이랑 떠났고 나는 히히, 하며 하루해가 즐거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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