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발칙한 상상력, 기존 수필 창작을 벗어난 파격성과 야만성

_허순애 수필집 <무경계의 지점에서>

고양투데이 승인 2021.07.02 14:51 | 최종 수정 2021.07.02 18:17 의견 0

2004년 수필과 만나 수필전문 계간지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한 허순애 수필가가 18년 동안 써온 작품을 모아 첫 수필집 <무경계의 지점에서>를 출간했다. 허순애 수필가는 에세이문학작가회와 송현문학회 회원, 100인의 테라피스트, 컬러애널리스트 강사, 강원 평창신문의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표제작 ‘무경계의 지점에서’에서 허순애 작가는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밀란 쿤데라의 말을 가슴에 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서듯 여행을 떠난다. 수바 항을 거쳐 샤부샤부 항구를 지나 종착지인 타뷰니 섬에 도착한다. 그곳 민박집에 짐을 풀고 하루를 지낸 뒤 이른 새벽, 배낭에 물만 달랑 넣고 날짜 변경선이 있는 지점을 찾아간다.

그 지점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지만 인터내셔널 데이트 라인(Date line)은 너무나 평범한 들판이었고, 날짜변경선에 서자 “왼발은 오늘(서쪽)이고 오른발은 어제(동쪽)”라는 경외로움을 체험하게 된다. 그곳에서 허순애 작가는 “어제와 오늘이라는 경계가 없다. 가상의 선만 있을 뿐. 그러나 우리는 이 선을 경계로 초와 분과 시간을 재고 그 틀에서 일상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렇게 길들여 살고 있지 않은가? 호킹의 말이 떠올랐다. 1983년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시간의 역사>에서 ‘우주에는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시간적 경계가 없고, 또 공간적 부피는 있되 경계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무경계 우주론, 즉 우주는 마치 지구 표면처럼 면적은 있지만 경계선이 없다고 설파”했던 것을 환기한다.

수필집의 해설을 쓴 유한근 평론가는 허순애 수필가를 ‘미지의 혹은 미개척의 작가’라고 정의를 내렸다. 허순애 작가는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한 수필가이기는 해도 그의 수필에 대한 평가는 전무하다. 이는 일천(日淺)한 등단연도 문제가 아니라 수필가로서 문제적 작가이며 신비주의적(?) 작가이기 때문이다. 허순애의 수필을 일별하고, 편의상 그 맥락을 잡는다면, 수필 ‘공명(共鳴)의 집’이나 ‘다섯 작가 이야기’, ‘로사리오의 반지’ 등에서 보이는 관여 맹난자 수필가와 사제 간의 인연과 친교, 그리고 수필세계에 대한 영향권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비주의적 작가로 칭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허순애의 수필이 기존의 수필문학계의 어느 경향에도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어느 계열에도 종속되어 있지 않아서이다. 강단비평을 경험한 정통적인 비평가인 유한근 평론가도 허순애의 수필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난감했다고 한다. 더 난감했던 것은 보이지 않은 세계 혹은 실체가 명증하지 않은 형이상학적 인식을 탐색하는 그의 수필들이 수필 전형성 밖에 있는 미개척 수필세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정의했다.

인적성 검사의 하나인 CPA에 대한 에세이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구조와 내용미학. 그리고 특별한 형식의 장편수필이라 할 수 있는 ‘물만 마시고 온 토끼’에서 보여주는 자전적 에세이, 또 ‘다섯 작가 이야기’에서 보여준 문화향유성 비평적 에세이의 파격성 때문이다. 따라서 허순애 작가는 발칙한 상상력과 기존의 창작계에서 야만성을 보여주는 작가에게 호감을 보이는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작가이며 문제적 작가일 수밖에 없다.

허순애 작가의 스승인 맹난자 수필가는 “작품 곳곳에 보이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자아탐구로 이어지는 허순애의 문학은 자기 발견으로 나아가는 구도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무경계의 지점, 날짜변경선을 찾아가 스스로 구속된 이분법적 삶을 돌아보며 무아(無我)의 경지를 실감한다. 제 몸을 찢어 빗살무늬로 바람과 맞서고 있는 야자수. 그 놀랍도록 강인한 정신, ‘한편 가녀린 어느 여인을 보는 것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것은 또 다른 나의 표상(表像), 삶을 단단히 껴안으라고 내게 말하는 듯했다’며 코코넛의 ‘완전연소의 삶’을 다짐한다. 블루오션에서 20년 만에 닻을 내린 강원도 인제의 ‘공명의 집’에서 그녀는 니키타처럼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색채 상담, 오카리나 봉사로 더없이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눈물이 나도록 살아라’던 카뮈의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며 첫 수필집 출간을 축하해주었다.

_허순애 수필가는

경주 감포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울산여고와 울산과학대학교를 졸업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사, 에세이문학작가회 회원, 송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Hodeco Sunview Motel & Youth Hostel 대표이사(피지), Bula Korea 대표. 세계부동산연맹(Fiabci- Korea) 부회장, 100인의 테라피스트, 컬러애널리스트 강사, 평창신문 고문이다.

도서출판 북인 펴냄 /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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