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로 세상읽기】 마가렛 애트우드 소설 속의 디스토피아

김위영 산업번역 크리덴셜 대표 승인 2021.07.05 07:05 | 최종 수정 2021.07.05 17:28 의견 0

마가렛 애트우드(Margaret Atwood, 1939~ )는 캐나다 출신의 소설가로, 2000년 <눈먼 암살자(The Blind Assassin)>로 영국의 부커(Booker)상을 수상했다. 매년 노벨상 후보에 거론되나 아직 수상을 못했다. 상을 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애트우드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여러 장르의 소설을 발표했다. 외교관계, 젠더(Gender)문제, 인권문제, 환경문제, 여성문제, 과학과 기술, 현대예술, 미래사회 등이 주요한 주제이다. 지금까지 20권이 넘는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했다.

마가렛 애트우드(1939~ )

애트우드가 소설을 통해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1985년), <홍수의 해(The year of the flood)>(2009년), <증언들(Testaments)>(2019년) 3부작이다.

◆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영국의 토머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는 인문주의자로서 헨리8세 왕 재임 시에 1529년부터 1532년까지의 대법관을 포함하여 여러 관직을 역임했다. <유토피아(Utopia, 이상향)>의 저자이다.

헨리8세는 복잡한 여성편력과 여섯 번의 결혼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린나이에 죽은 형의 아내이자 스페인 공주인 캐서린 왕비와 결혼하여 아들을 얻지 못하고 딸인 마리 공주만 낳았다. 헨리8세는 궁녀 앤 볼린과 결혼하기 위해 이혼을 원했으나 로마 교황청에서 이혼을 허가해주지 않자, 로마 가톨릭과 결별하고 영국 성공회의 수장이 되어 앤 볼린과 결혼했다.

모어는 앤 볼린의 왕비위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로마 교황권을 부인하는 종교적 문제는 거부하여 15개월 동안 런던탑 감옥에 갇혔다가 처형되었다. 모어는 1886년 교황 레오13세에 의해 ‘시성(Saint)’으로 시복되었다.

토마스 모어(1478~1535)

그가 단두대에 오르며 형을 집행하는 형리에게 했다는 마지막 말이 유명하다.

I pray you, Master Lieutenant, see me safe up, and for my coming down, let me shift for myself.

이보게, 형리. 부탁 하나만 하세. 내가 안전하게 올라가도록 돌봐주게. 내려올 때는 나 혼자서라도 해보겠네.

-출처: The Norton Antholgy of English Literature, (Norton, 1979), Vol.1, p.437

◆ 디스토피아 소설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꿈도 희망도 없는, 암흑과 같은 전체주의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는 사회를 말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디스토피아에 대한 세계 3대 소설로 조지 오웰의 <1984년>(1949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년), 예브리게니 쟈먀찐의 <우리들>(1920년)이라고 나온다. 이들 세 작품은 20세기 전기에 발표된 소설이다. 이에 비해 상기한 애트우드의 3부작은 최근에 발표된 현대 소설로 디스토피아를 고발하고 있다.

◆ <시녀 이야기>의 디스토피아

<시녀 이야기>는 핵전쟁과 환경오염으로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기 힘든 20세기말 미국에서 일어난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대통령을 암살하고 권력을 찬탈하여 지배하는 길리어드 나라에 자녀가 없는 고위직 간부 부부를 위해 아이를 낳는 젊고 비옥한 시녀가 배정된다.

남성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여자는 당연히 경제력도 없다. 여자는 지배계급자(사령관)의 아내, 출생만을 담당하는 시녀, 지배계급의 집안일을 담당하는 불임여성인 하녀, 정권에 반항적인 여성인 콜로니, 시녀를 통제하고 교육하는 여성 감시원인 아주머니의 5계급으로 분화된다.

남자들은 세속적인 권력에 따라 계급이 나눠진다. 대부분 남자는 여자와 가까이서 일을 할 수 있으나, 여자와 사적인 접촉은 금지된다.

시녀들은 가구가 없는 공간에 갇혀 산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이 없으며, 창문도 거의 닫혀 있다. 나들이 가거나 외출할 때도 혼자서는 갈 수 없고,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인다.

시녀는 옷도 피를 상징하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눈을 가리기 위한 하얀 모자를 쓴다. 시녀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아이를 낳는 것이다. 아들을 낳으면 대접을 받지만, 딸을 낳으면 딸도 역시 시녀가 된다.

영화 <시녀 이야기> 한 장면

사령관과 그의 아내는 자녀를 낳기 위해 시녀와 함께 셋이서 성행위를 한다. 시녀는 아내를 대신하여 오로지 아이를 출산하기 위한 여성이다. 사령관과 사령관의 늙은 아내가 만들어야 하는 아이를 대신 낳는 시녀는 아내의 대용품일 뿐이다.

나이가 들어 머리색이 잿빛으로 변한 사령관은 생식능력이 없는지 4주에 한 번씩 그 일을 치러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사령관의 아내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시녀에게 진찰하는 의사나 사령관의 경호원인 수호자와 몰래 동침하여 아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그 보상으로 남자들에게는 돈이 주어지고, 시녀에게는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준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시녀는 강제노역장으로 방출된다.

결국 길리어드 나라는 멸망한다. 가장 큰 원인이 인구의 감소이다. 나이 먹은 지배계급이 생식능력을 상실해 아무리 젊은 시녀와 성적인 관계를 가져도 아이가 출산되지 않았다.

◆ <시녀 이야기> 속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문장들

이 소설은 권력과 여성과의 어두운 면을 가진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Most of those old guys can’t make it anymore,” he says. “Or they’re sterile.” I almost gasp: he’s said a forbidden world. Sterile. There is no such thing as a sterile man anymore, not officially. There is only women who are fruitful and woman are barren, that’s the law. –P. 61

“대부분의 늙은 남자들은 더 이상 밤일을 못하거나 생식능력이 없다"고 그가 말했다. 나는 숨이 막혀 헉 소리를 낼 뻔했다. 금지된 단어가 입 밖으로 나왔다. ‘불임’, 적어도 공식적으로 ‘불임의 남자’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애를 낳을 수 있는 여자와 낳을 수 없는 여자가 있을 뿐이다. 그게 법이다.

My red shirt is hitched up to my waist, though no higher. Below it the Commander is fucking. What is fucking is the lower part of my body. I do not say making love, because this is not what he’s doing. Copulating too would be inaccurate, because it would imply two people and only one is involved. Nor does rape cover it: nothing is going on here that I haven’t signed up for. –P. 94

내 빨간 치마는 허리까지 치켜 올려지고 더 이상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 밑에서 사령관이 성행위를 하고 있다. 그가 범하고 있는 건 내 아랫도리다. ‘사랑행위’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가 지금 하는 짓은 사랑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성교’라는 것도 부정확하다. 왜냐하면 성교란 두 사람이 하는 것이지 한쪽만 연루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간’이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내가 서명하지 않고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We are containers, it’s only the insiders of our bodies that are important. The outside can become hard and wrinkled, for all they care, like the shell of a nut. his was a decree of the Wives, this absence of hand lotion. –P. 96

우리는 아기를 담는 그릇이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우리 육체의 안쪽뿐이다. 외부는 호두의 껍질처럼 단단해지고 주름져도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에게 핸드로션의 부재는 아내들의 청원 때문이다.

It’s forbidden for us to be alone with the Commanders. We are for breeding purpose: we aren’t concubines, geisha girls, courtesans. –P. 136

우리는 사령관과 단둘이 만나는 일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는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첩이나 게이샤나 창녀가 아니다.

We are two –legged wombs, that’s all: sacred vessels, ambulatory chalices. -P. 136

우리는 다리 둘 달린 자궁에 불과하다. 성스러운 그릇이자 걸어다니는 성배이다.

마가렛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표지

Partly I was jealous of her; but how could I be jealous of a woman so obviously dried-up and unhappy? You can only be jealous of someone who has something you think you ought to have yourself. Neverthless I was jealous. -P. 161

부분적으로 나는 그녀를 질투했다. 하지만 명백히 쭈글쭈글하고 불행한 여자를 어떻게 내가 질투할 수 있는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질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질투했다.

"It means you can't cheat Nature," he says. "Nature demands variety, for men. It stands to reason, it's pat of the procreational strategy. It's nature's plan." -P. 237

“자연은 속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라고 그가 말했다. “자연의 섭리는 남자들에게는 다양한 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건 이치에 합당하고, 번식 전략의 일부이다. 자연의 계획이다.”

Women know that instinctively. why did they buy so many different clothes, in the old days? To trick the men into thinking they were several different women. A new one each day. -P. 237

여자들도 그걸 본능적으로 안다. 그녀들이 왜 옛날에 그처럼 다양한 많은 옷을 사겠는가? 남자들로 하여금 자기가 서로 다른 여자들이라고 생각하도록 속이기 위해서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여자라고 알게 말이다.

I would like to be without shame. i would like to be shameless. I would like to be ignorant. then I would not know how ignorant I was. -P. 263

나는 수치심이 없는 여자가 되고 싶다. 부끄러움이 없는 여자가 되고 싶다. 무지한 여자가 되고 싶다. 그러면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시녀 이야기> 속 가상의 디스토피아 나라 길리어드는 자유와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기형적인 사회구조이다. 마가렛 애트우드는 이 소설을 미국에서 보수정권이던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가부장적인 기독교 근본주의를 바탕으로 썼다.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도 미국 보수정권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발표했다.

<시녀 이야기>와 <홍수의 해>가 디스토피아 세계를 폭로했다면, <증언들>은 가부장적 디스토피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들 3부작을 모두 읽고 나서 디스토피아의 극복방법에 대한 글을 보완하고 싶다.

애트우드는 미래의 디스토피아가 현재에 잠재되어 있고, 극단적인 보수정권이 등장하면 현세에 충분히 그런 나라가 출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디스토피아의 세계가 출현할 수도 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 모두 깨어있는 정신으로 민주주의와 정의, 그리고 자유와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김위영 산업번역 크리덴셜 대표

동료 인하우스 번역가들과 함께 산업번역 전문업체 주식회사 크리덴셜(credloc.com)을 이끌고 있는 고문서 번역가이다. 강남에서 외국어학원도 운영했으며, 문사철(文史哲)과 PSE(정치학·사회학·경제학) 및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원서 해설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내 동료 번역가들과 함께 문화유산인 한적(漢籍)의 영역화(英譯化)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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