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 암수

그저 수컷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수까치깨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1.09.17 10:25 의견 0
수까치깨 Corchoropsis tomentosa (Thunb.) Makino, 1903. 피나무과 까치깨속 한해살이풀

작년에 만나고 올해 다시 만났지만 처음 만났는 줄 알았다. 이러기를 매년 되풀이한다. 풀 이름을 알게 되는 건 보통 이런 식이다. 그래도 모르면 잡초라고 뭉뚱그려 말하기 일쑤다. 이름 없는 잡초가 아니라 이름을 모를 뿐인데 말이다.

8월부터 9월까지 노란색 꽃을 자그마하게 피우는 수까치깨가 그렇다. 이 이름을 한 번 인수분해해 보자. 우선 '수'는 수컷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수술만 갖고 있지 않다. 그저 수컷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아마 기다란 막대 모습의 열매 때문인 듯싶다. 암까치깨도 있으니 그럴듯하다. 비슷한 사례로 벼과의 수크령, 그령이 있다.

'까치'는 가짜를 뜻한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동요 <설날>을 생각하면 된다. 열매 속에서 깨알 같은 씨가 터져 나오니 '가짜 깨'가 되는 거다. 수까치깨는 꽃받침이 뒤로 완전히 젖혀지고, 암술머리가 노란색이다. 꽃받침이 젖혀지지 않고, 암술머리가 빨간 까치깨와 구분된다. 줄기에 털이 거의 없는 암까치깨는 북쪽에 있어 만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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