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의 일상통신】생각대로 살아야, 사는 대로 생각지 않는다기에
_한 해를 보내며 한 해를 되짚어보는 몇 방법
원동업 <성수동쓰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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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8 13:55 | 최종 수정 2021.12.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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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무리 시점이다. 부지런한 이들은 새 달력으로 이미 갈아달고 올해 12월을 보고 있을 테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게 다 좋다고 하지만, 제대로 끝이 좋으려면 좋은 과정을 제대로 밟아와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끝을 맞이하기 위해선 좋은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 앞에 놓여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내 의식(루틴) 중 하나는 새해의 다이어리를 준비하는 것도 있다. 늘 같은 회사에서 나온 똑같은 규격의 다이어리를 산다. 색상만 해마다 바뀐다. 있었던 일의 기록이 아니라 해야 할 일들의 계획을 세운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어 첫 구매를 한 지가 십여 년이 넘었다. 같은 일을 오랜 동안 해오는 누군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차분한 마음이 된다.
또 다른 의식 하나는 A4 용지를 준비해 반을 접는 것이다. 거기 왼편에는 올해 있었던 일들을 쭈욱 적는다. 오른편에는 그에 대한 평가를 적어본다. 잘된 일, 하고 싶던 일, 유익이 되었던 일들은 계속할 작정이다. 후회되는 일, 이젠 더 이상 효용을 찾을 수 없는 일, 더 할 수 없게 된 일도 있다. 당연히 새해엔 공백으로 둬야 한다.
한 해에 가장 의미 있게 배웠던 일이 무엇인가를 적고 곰곰 생각도 한다. 2019년의 화두는 ‘나는 매일 한 개의 푸샵을 하기로 작정했어’라는 말이었다. ‘그게 무슨 운동이 된다고?’ 싶었지만, 그건 방아쇠 역할을 하는 거였다. 일단 작게 시작하고 나면, 딱 한번만 푸샵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어져 다른 운동을 하고, 때로는 운동화를 신고 공원으로 러닝도 가게 된다. 2020년에는 ‘작은 일을 잘’이란 화두를 잡았었다. 바쁘게 살고, 더 크고 많을 일을 하고 살아온 우리들에게 닥쳐온 새로운 세상-코로나19 팬데믹-이 강제한 교훈이었다. 2021년의 화두는 ‘차근차근 미리미리’였다. 새해 계획도 그렇게, 과업도 그렇게 할 일이다.
새 계획을 세우면서는 언제나 큰 돌과 작은 돌과 모래와 물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교수 한 분이 강의실에 들어왔다. 그는 그를 지켜보는 학생들 앞에 투명 어항을 놓는다. 그리곤 아무 말도 않고, 큰 돌을 어항에 넣는다. “어항은 꽉 찼는가?” 학생들은 “네!” 하고 대답한다. 교수는 다시 작은 돌들을 꺼내어 살살 큰 돌 주위로 붓는다. 돌은 굴러 어항을 채우기 시작했다. 일을 끝내고 교수가 “어항은 찼는가?” 물었다. 이번엔 반쯤의 학생들이 “네!” 하고 대답한다. 교수는 다시 모래를 부으며, 가끔 흔들었다. “더 이상 어항을 채울 수 없을 만큼 꽉 찼는가?” 교수가 다시 묻고,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어항에 교수는 물을 붓기 시작한다. 물은 한참이나 들어가 그곳을 채운다. 교수가 다시 묻는다. “내가 이 퍼포먼스를 통해 여러분에게 하려고 하는 말은 무엇일 것 같은가?”
우리의 삶은 자꾸 변해가는 것이므로, 시기에 따라 새로운 과제를 맞이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을 언제나 ‘먼저 중요한’ 것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물이나 모래로 채워진 삶에는 큰 돌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그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명한 이들이 먼저 이야기해 놓은 걸 내 것으로 가져오는 방법도 있다. 김수현 작가시든가? 자신에게 중요한 몇 가지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1) 몸의 건강 2) 마음의 건강 3) 일 4) 관계 5) 재미였다.
이제 내가 할 일들은 이 부분과 관계된 항목들을 간추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계획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 말한 모든 것들과 서로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다. 큰일부터, 방향이 서로 다르지 않게. 서로 맞물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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