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왜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맹난자 지음, 한 줄로 읽는 고전 <하늘의 피리 소리>

조용석 기자 승인 2022.04.15 10:49 | 최종 수정 2022.04.15 11:49 의견 0

원로 수필가 맹난자, 문화일보 2년간 연재한
‘한 줄로 읽은 고전’ 『하늘의 피리 소리』 출간


한국 수필계의 원로 맹난자 수필가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 가까이 문화일보에 연재했던 「한 줄로 읽는 고전」 91편과 나머지 66편을 보태 『하늘의 피리 소리』를 출간했다.

맹난자 수필가는 「책을 펴내며」에서 “인류는 코로나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 펜데믹의 시대를 ‘과학의 승리, 정치와 리더십의 대재앙’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인간의 몰락을 일찍이 이와 같이 경고한 선인들의 지혜가 시급히 요청되는 때이기도 하다”며 지금 기계에 의존하는 과학만능이 가져온 코로나의 재앙은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초래한 결과라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아래의 글로 피력한다.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 시대의 병(病)은 사람의 양식 변화로 치료된다’고 말한 이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다. 그는 사람의 ‘사유’가 삶의 양식 변화를 일으킨다며 삶을 변화시켜야 진짜 철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생각이 바뀌어야 삶이 달라진다.

하여 이 책에서는 동서양의 철학자, 그리고 경전과 고전문학 속에서 자신의 편견과 오류를 정정하고 바른 사유의 전환을 돕는 내 나름의 안구(眼句)를 뽑아보았다. 그러나 내 시야란 자신의 한계까지임을 밝힌다. 그동안 생의 기준이 되는 유용한 질문과 답으로써 우리의 몽매를 깨우친 삼현(三玄)(『노자』, 『장자』, 『주역』)의 서(書)를 특히 주목하며 나아가 인류의 스승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1장 ‘도(道)’, 제2장 ‘주역’과 제3장 ‘자연’에서는 “대자연의 본체를 굳이 표현하자면 ‘도’라 하나 표현된 ‘도’나 이름은 이미 본체가 아니요. 형상도 이름도 없는 본체를 굳이 또 표현하자면 ‘무(無)’라고 한다”, “도에는 필경 어떤 명칭도 붙지 못한다네. 도는 물을 수 없는 것이며 설사 묻더라고 응답할 수 없는 것”이라며 노자와 장자, 주역 등에서 역설한 도(道)를 알아보았으며, 『주역』, 『도덕경』, 『태극도설』, 『천자문』, 기(氣)철학자 화담 서경덕의 『서화담문집』, 미국 우주론학자 로렌스 크라우스의 『무(無)로부터의 우주』, 영국 비평가 토마스 칼라일의 『의복철학』, 쇼펜하우어의 「본질불멸론」,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 미국 사상가 에머슨의 『자연론』 등의 서문과 해당 책 내용의 핵심을 거론하며 주역과 자연에 대해 설명하였다.

제4장 ‘죽음’과 제5장 ‘문학’에서는 로마제국의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일기, 마크 트웨인의 죽음을 앞두고 쓴 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포르투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죽음의 중지』 서문, 중국의 석학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지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등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와 마음에 대해 또 문학을 소중하게 여기는 여러 사상가와 문인의 생각을 담았다.

제6장 ‘어떻게 살 것인가’와 제7장 ‘생명/ 실존/ 자유’, 제8장 ‘학문과 수기(修己)’에서는 덴마크 출신의 신학자 키르케고르, 장 자크 루소, 니체, 괴테, 솔제니친, 오스카 와일드, 노자와 장자, 당나라 시인 유자후, 고려 문장가 이규보, 조선 초기 학자 강희맹, 퇴계 이황, 토정 이지함, 다산 정약용, 법정 스님, 미국의 환경운동가 존 프란시스, 나치헌터로 알려진 시몬 비젠탈 등의 철학자와 작가들이 책에 남긴 글이나 편지, 또는 연설문에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할 배움의 자세와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혜, 학문을 익히고 올바른 쓰임새의 방법 등을 이야기했다.

제9장 ‘마음’과 제10장 ‘불교“에서는 『반야심경』, 『화엄경』, 『아함경』, 『열반경』, 『벽암록』, 『육조단경』, 『직지』, 원효 스님의 오도송, 인도의 학승 나가르주나의 『중론』, 동산 양개 스님,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미국 작가 오 헨리와 모파상, 일본의 작가 나츠메 소세키의 『유리문 안에서』 등에서 가져온 불교와 마음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다.

지혜경 철학박사(연세대 철학연구소 연구원)는 “철학수필이라 불릴 만한 글이 드문 한국 문학계에서 철학수필의 전범을 제시한 작가”가 바로 수필가 맹난자라고 정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영묘한 생명력이 회복되고, 청정한 우리 본래의 마음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고맙겠다. 여든의 노필(老筆)로 귀한 말씀을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책을 펴내며」의 마지막 글을 남겼다. 『하늘의 피리 소리』에서는 맹난자 특유의 철학수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맹난자 수필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국대 불교철학과를 수료하였다. 1969년부터 10년 동안 월간 『신행불교』 편집장을 지냈으며 1980년 동양문화연구소장 서정기 선생에게 주역을 사사하고 도계 박재완 선생과 노석 유충엽 선생에게 명리(命理)를 공부했다. 능인선원과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주역과 명리를 강의하며 월간 『까마』와 『묵가』에 주역에세이를 다년간 연재하였다. 2002년부터 5년 동안 수필 전문지인 『에세이문학』 발행인과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회장을 역임하고 『월간문학』 편집위원과 지하철 게시판 <풍경소리> 편집위원장을 지냈다.
수필선집 『까마귀』, 수상록 『본래 그 자리』(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수필집 『빈 배에 가득한 달빛』 『사유의 뜰』 『라데팡스의 불빛』 『나 이대로 좋다』, 『시간의 강가에서』(2018년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선집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 『만목의 가을』이 있으며, 역사 속으로 떠나는 죽음 기행 『남산이 북산을 보며 웃네』와 개정판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기억하라』, 작가 묘지 기행 『인생은 아름다워라』 『그들 앞에 서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Ⅰ·Ⅱ), 그리고 『주역에게 길을 묻다』(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와 일어판 『한국 여류 수필선』외 공저 다수가 있다.
현대수필문학상, 남촌문학상, 정경문학상, 신곡문학 대상, 조경희수필문학 대상, 현대수필문학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지금은 한국수필문학진흥회 고문, 『에세이스트』 편집고문, 『문학나무』 자문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상벌제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The 수필』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일보에 ‘한 줄로 읽는 고전’을 연재했다.

■ 도서출판 북인 펴냄 / 값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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