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돌계단

돌부처와 법당에 앉고 싶어 하는 돌계단, 꿈꾸는 곳은 바로 너의 자리다

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2.07.19 09:00 | 최종 수정 2022.07.24 00:34 의견 0

Once Upon A Time, 긴 돌층계가 놓인 법당을 오른 적이 있다. 밑에서 보면 하늘이 보이는. 돌계단이 나한테 군시렁거렸다.

지금 내가 머무는 곳의 계단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

“스님.”

“왜?”

“저 법당의 돌부처는유, 높은 자리에 폼 잡고 앉아있으면서 매일 절을 받고 공양물도 받고유.”

“그래서?”

“누구는 매일 이렇게 발로 밟히기나 하고유.”

“왜 억울해?”

“억울하쥬.”

“인마, 돌계단.”

“왜유?”

“아직도 밟히고 있다는 것만 해도 고마워 해.”

“왜유?”

“너는 잘못 앉아있는 게 아니라고. 그 옛날, 석수쟁이에게 정을 몇 번 안 맞고 너는 돌계단이 되었지만, 저 돌부처는 수 천 수 만 번의 정을 맞고 치룬 댓가라고.”

내 말을 들은 돌계단이 “알았시유”하며 머리를 득득 긁는다.

“법당의 돌부처는 법당 문이 닫히면 하늘의 별도 달도 보지 못하고, 눈도 비도 맞아보지 못한다고.”

이 모든 게 산속 암자에서 일어난 일이다.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나 혼자 킥킥거리며 웃는다.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