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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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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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화근이었다. 동네 어귀에서 쥐불놀이를 하던 우리가 불의 세기를 뽐내거나 회전속도를 겨루는 것조차 싫증이 날 무렵, 녀석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깡통을 돌리다가 날려서 누가 멀리 나가나 내기를 하자는 것. 힘 좋은 녀석은 그 내기에서도 단연 선두였다. 녀석이 내던진 깡통은 마치 폭죽처럼 불꽃을 뿜으며 아스라이 날아갔다. 이번만은 어떻게든 앞서고 싶었던 나는 이를 악물고 있는 힘껏 깡통을 날려보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하늘 높이 치솟았던 깡통은 방향을 잘못 잡아 김영감집 외양간으로 떨어졌다. ‘퍽’ 소리와 함께 불길이 솟았고 놀란 우리는 허겁지겁 외양간으로 달려가 불길을 잡느라 법석을 떨어야 했다. 겨우 한숨을 돌릴 즈음, 아래를 내려다보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어머니가 설빔으로 사주신 솜바지의 바짓가랑이가 새까맣게 눌어붙어 있는 게 아닌가. 안절부절 못하며 눌어붙은 딱지를 뜯어내는 내 눈에 부지깽이를 휘두르는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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