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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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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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기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변함없는 부처님 마음일세
나한테 아주 못된 오래된 버릇이 있다. 바라보기 하는 거다. 아주 안 좋은 나쁜 습관이다. 먼저 맨 위 왼쪽에서 살펴 본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그리고 천천히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훑듯 내려온다.
모습이 나오면 그 사용하는 언어가 나온다.
처음엔 보아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들이나 크로키를 하는 화가들이나 수사관들은 나름 그 현장을 중요시 한다. 사건 사고의 현장, 장면의 형상이 골고루 갖춰져 있는가, 특히 그 인물의 기색은 어떠한가. 특히 눈의 기색을 가장 중요시 한다. 자꾸 보면 보인다. 모양 있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모양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지도 처지지도 않아 일부러 곧게 그린 듯한 눈은 뭔가 어색한 감이 있지만, 짧은 털이 가득 돋아난 흘러내리는 눈썹이 이를 알맞게 감싸주고 있었다. 다소 콧날이 오똑한 둥근 얼굴은 그저 평범한 윤곽이지만 마치 순백의 도자기에 엷은 분홍빛 붓을 살짝 갖다 댄 듯한 살결에다, 목덜미도 아직 가냘퍼, 미인이라기보다는 우선 깨끗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중에서 등장인물을 묘사한 장면이다.
작가는 깨끗했다, 라는 청순지상을 설명하였기에 따로 캐릭터를 그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인물의 관상은 그 주인공의 희로애락에 따라 달라진다.
불상, 탑은 부처가 아니다. 형상일 뿐이다. 그러나 울고 웃는 형상으로 화신 보신 법신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탑이나 불상을 볼 때, 불상을 생각하는 관(像想)이라 하며 흔히 제 8관을 이야기 한다. 여기서 현저하게 모양을 나타나는 것을 32종이니, 대인상이니 80수형호니, 80종호라고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양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그냥 그렇게 생긴 대로 살게 된다. 그렇다. 마음 먹은 대로 얼굴은 그대로 마음에서 나온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애썼다. 32종, 80수형으로 사느라고. 수고했다. 올해는 관상 좀 펴고 살고 싶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기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정녕 그 마음으로 살고 싶다.
웃음과 눈물을 숨기는 것은 가짜 행복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리석으니 중생인 걸 어쩌랴. 이 땅에 생명체로 살고 있으니. 오늘 그리고 매일 어제의 방식대로 산다. 그러니 웃다가 인상 좀 쓰고 조금 찡그리고 때로는 울음 펑펑 울어도 우린 모두 부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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