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어느 해골이 니 해골이니?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4.02.23 09:00 의견 0

사제랑 황궁엘 갔다. 쟁반짜장을 시켰다. 짜장면을 먹으며 한참을 생각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살아있는가?

사제(師弟)는 짜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이었다. 단무지를 씹으며 살아봐야 겠다며 혁명하겠다는 거였다.

살 뜯어먹듯 단무지를 우걱우걱 씹었다. 소주 한 잔을 탁 마시더니 아, 슬픔으로 가득한 단무지. 나도 한 때는 짜장면 곱빼기를 먹었는데, 짜장면 몇 젖가락 뜨고 황궁을 먼저 나왔다.

더 드시지?

천천히 먹고 나와.

기다리고 있을께.


더 앉아 기다린다고, 혁명이 가능할까, 혁명대신 사제가 마시는 소주를 한 잔 마시게 될까 봐, 먼저 황궁을 나와 담배를 뽑아 물었다.

그랬지 굶주림과 성욕으로 헐떡거렸지. 지금도 욕망? 살아있기나 한 건가. 의사는 담배를 끊어야 산다고 했는데.

물집 잡힌 손으로 목덜미를 쓱 쓰다듬어보았다. 그리고 담배연기를 푸 날렸다.

꼴깍 그리고 카아, 소주 한 잔 곡차 마시는 사제의 폭포 같은 소리, 그리고 타악 그 곡차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던 청춘. 그 존재의 겉껍질들. 단무지도 쟁반짜장도 다마내기도 춘장도 다 똥이 될 것을.

오, 소주 한 잔 하고싶은 걸 잘 참은 나의 후진 오늘의 겉껍질들. 어쨌든 숨을 쉬어야 하는데. 쩝쩝거리기도 하고 실룩거리기도 하는 이보다 더 더러울 수도 거룩할 수도 있는 황궁, 無舌堂의 오후.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