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절깐이야기. 그믐달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4.03.26 09:00 의견 0

밤하늘을 바라보면 달은 바쁘다. 그믐달 떴다. 구름에 달이 가려졌다. 오늘은 대체로 날이 흐리겠군, 혼잣말을 했다. 상현반달에서 온 오른손 엄지손톱 방향의 그믐달이다. 구름에 가린 달이 다시 얼굴을 비죽 내민다.

"스님 무아(無我)가 뭐예요?"

"무아(無我)가 무아(無我)이지 뭐야?"

어릴 적 노스님과 밤산보를 하는 도중에 내가 물었다. 봄이었고 봄산에 개구리들이 울었다.

"내가 여기 똑똑히 있는데 무아(無我) 라고, 주지스님은 왜 제가 없다고, 해요?"

"이 봄밤에 네놈이 정녕 내 옆에 있었느냐?"

노스님의 말씀에 나는 '내가 있나?'하며 우리는 킥킥대고 웃었다.

"니가 무아(無我)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이 몸뚱이 때문일지 모른다."

"네?"

"지금 여기에 네놈이 있는데 왜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거지?"

".....예."

"저 달을 봐라."

"......."

"초승달이 상현반달, 둥근 보름달, 하현반달, 그리고 그믐달이 되는 거다."

"......."


절집에 들어오기 전에는 초승달과 그믐달을 구분하지 못했다.

"왼손 엄지손톱방향이면 초승이고 상현이고 오른손 엄지손톱방향이면 하현반달, 그믐달이 되는 거야."

나는 그 파리한 그믐달을 한참 올려다보았었다.

"저 달은 이름은 많지만 실제로는 다 둥글다. 지구와 달이 자전 공전을 하기 때문에 가려져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러나 눈을 감아봐라. 달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

"우리들의 몸뚱이는 그저 상황과 조건, 업에 따라 결합된 형상, 인연일 뿐이다. 우리가 믿고 싶은 존재, 그러나 실체이지만 영원한 실체, 고정된 실체, 영원불변한 자아란 없다는 뜻이지."

".....있지만 없다....? 어렵네요."

무아(無我)란 내가 있다, 거나. 없다, 거나 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 한다는 얘기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가고 오고 오고 갈 뿐. 머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이가 어른 되고 어른은 다시 아이가 되고. 나고 죽고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는 날들.

구름에 그믐달은 완전히 사라졌다. '무아(無我'라 혼자 중얼거려보는 새벽이다. 소경은 만지고 두드려 볼 수는 있어도 바라보지는 못한다. 하물며 벙어리가 꿈을 꾸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염불심시불(念佛心是佛)이요, 즉심시불(卽心是佛)인 것을.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