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법당 앞의 화단에 꽃 폈다.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4.04.02 09:00 의견 0

너는 누구야?

꽃에게 물었다.

저는 저에요.

너는 네가 너라는 걸 어떻게 알지?

살다보니 알겠더라고요. 행복하세요?

꽃이 내게 물었다.

세상은 너의 안에 있어. 네가 세상이야. 너는 꽃으로 無明을 밝혀주지만 난 아직 절밥만 축내고 있어.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모두가 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냐. 너는 행복하지?


그 말에 꽃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작년에 스님은, 삶은 자신의 마음을 생로병사로 그 무수한 형태로 바꾸어 가며 변주하는 활동이라 하셨어요. 꽃을 피운 다는 건 그 삶에 반응, 적응해 가는 존재론적인 자기 활동을 거듭 함이라 했거든요.

....내가 그랬나? 그거 다 헛소리야.

네. 그걸 바라보는 게 수행이라고 했어요. 어두운 구석이나 미로, 막다른 골목, 깊은 우물, 그리고 굳게 닫힌 그 의식의 시커먼 문에서 나오자 하는 것. 그건 마치 알, 껍질에서 깨어나오려는 것과 같다, 고...요.

내가 열매 맺고 씨앗을 품겠다는 헛소리를 했구나.

제가 꽃망울이었다가 꽃이 되자 이상했어요.

아마, 니가 날개를 단 나비가 되면 넌 더 이상해 질 거야.

......좌우지간 봄만 되면 제가 왜 여기에 와 있을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신비 앞에 놓이곤 해요. 사는 게 참 경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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