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신은숙 그림에세이, 『굳세어라 의기양양』

시와 그림이 ‘그리움의 좌표’에서 만나는 신은숙 시인의 그림에세이

조용석 기자 승인 2024.12.31 11:49 의견 0


"평생을 광산 노동자로 산 아버지와

대식구 살림을 도맡아온 어머니

그 두 분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굳세어라 의기양양!!! 참 좋은 말이다. 철광산이 있던 양양 서면 장승리가 고향인 신은숙 시인이 영동의 양양과 현 거주지 영서의 원주를 오가며 추억이 깃들고 인연이 닿은 곳과 것들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글(시)을 썼다.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히말라야시다」가 당선되었고 2020년 첫 시집 『모란이 가면 작약이 온다』를 펴냈으며, 2021년 5월 원주시립도서관에서 유화 첫 개인전 〈시, 그리다〉, 2022년 2월 혜화아트센터에서 〈시가 꽃으로 피어날 때〉 시화 동인전에 참여했던 신은숙 시인이 첫 그림에세이 『굳세어라 의기양양』을 펴냈다.

신은숙 시인은 강원 양양군 서면 장승리에서 철광산 노동자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은숙 시인은 ‘시와 그림이 그리움의 좌표에서 만나는 일’을 오랫동안 꿈꾸어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잘 알려진 쉘 실버스타인이나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처럼 작가 자신이 그린 그림에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 틈틈이 화실을 드나들며 그림을 그린 첫 결과물이 『굳세어라 의기양양』이다.

고향이 있는 영동의 양양군과 현 거주지인 영서의 원주를 오가는 동안 강원도의 그 숱한 고갯길과 풍경들이 신은숙 시인에게 시와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많은 영감을 주었다. 특히 유년의 양양 서면 장승리 철광산을 다시 찾았을 때 철광산을 비롯해 모든 게 사라진 후였고 사택도 분교도 상점도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역사적 보존이 전무해서 그림을 그릴 때 인터넷 기록과 여러 책을 참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제1장 ‘철광산이 있던 자리’와 제2장 ‘너를 보면 가슴에 비가 내린다’는 철의 동네 장승리와 양양에 대한 기억들이 녹아 있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혼자만 입었던 색동저고리 한복, 초등학교 한쪽에 서 있던 책 읽는 소녀 동상과 작은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일, 하나밖에 없는 목욕탕, 철광산과 놀이터였던 폐석장, 지금은 아무것도 팔지 않지만 생필품을 팔았던 낙산상회 등 고향에 대한 기억을 그림과 함께 기록했다.

제3장 ‘기차는 00시 30분에 떠나고’와 제4장 ‘바다로 걸어간 이젤’에는 생활의 터전인 원주와 고향 양양을 오가며 만난 곳인 귀래(貴來), 문막(文幕), 흥업(興業) 그리고 묵호와 태백, 남애(南涯), 강과 바다가 만나는 양양의 남대천 등에 얽힌 사연과 두 딸과 함께 떠났던 해외 여행 이야기도 녹여냈다.

특히 제1장 뒷부분에 있는 이 책의 제목인 「굳세어라 의기양양」과 「직녀에게」는 신은숙 시인의 어머니가 오랜 기억을 더듬으며 당신이 살아온 지난한 삶을 한 권의 노트에 기록해두둔 글 중 두 편을 수록했다. 노트 말미에 ‘신은숙, 이 노트를 나를 생각하면서 잘 보아다오. 재주꾼 내 딸, 사랑한다’라고 써 있다.

신은숙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도 그림도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지 못해 걸음이 더뎠다. 서툴고 더디지만 가슴이 시키는 대로 꾸준히 나아가고자 했다. 시가 되지 못한 그림도 있고 그림으로 풀어쓴 시도 있지만 굳이 그 경계를 가르기보다는 함께 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또한 “평생을 광산 노동자로 산 아버지와 대식구 살림을 도맡아온 어머니 그 두 분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나의 시도 그림도 그 존재의 뿌리 깊숙이 두 분이 계신다. 시나 그림으로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산문집으로 묶는다. 사라져간 철광의 사람들, 그리고 먼 은하에서 오작교를 놓고 기다리고 있을 견우, 나의 아버지와, 무용을 하며 고고한 모란처럼 꽃 피고 싶은 꿈을 가진 영원한 직녀, 나의 어머니께 이 글을 바친다”고 밝혔다.



신은숙 시인은

1970년 강원도 양양군 서면 장승리에서 철광산 노동자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장승분교와 상평초를 거쳐 11살에 양양 읍내로 이사왔다. 양양초중고를 다닐 때 글과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이후 원주에 살면서 줄곧 직장 생활을 했다. 2012년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 어려서 꿈꾸던 작가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가고자 했다.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히말라야시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자 강원작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강원작가』 편집장을 역임했다. 틈틈이 화실에 나가 그림을 그렸다. 2020년 첫 시집 『모란이 가면 작약이 온다』를 냈으며 2021년 5월 원주시립도서관에서 유화 첫 개인전 〈시, 그리다〉를 열었다. 2022년 2월 혜화아트센터에서 〈시가 꽃으로 피어날 때〉 시화 동인전에 직접 그린 그림으로 참여했다. 2023년 시동인 《여여》 회원이 되었다. 현재 원주에서 시를 쓰면서 시의 소재나 이미지에 연관된 유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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