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기억】 어쩌자고 부처님은 또 오시는가

_운문사 새벽예불을 보다

유성문 주간 승인 2021.05.20 03:26 | 최종 수정 2021.06.11 00:50 의견 1
ⓒ유성문(2007)

도량석_새벽 3시. 하늘과 땅이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나면 산사도 조용히 눈을 뜬다. 산사의 하루는 도량석 목탁소리로 시작된다. 도량석 목탁소리는 작은 소리에서 다시 큰 소리로 목탁이 세 번 오르내림으로 시작된다. 작은 소리에서 시작함은 마음을 놓고 있는 미물과 도량 내의 모든 식구에 대한 배려요, 크게 울리는 것은 작은 소리를 미처 듣지 못한 도량 내의 모든 이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힘찬 외침이다.

종송_산사의 아침은 일체중생과 함께할 수 있는 큰 배를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것이 바로 종송이다. 매일 새벽 종송을 욀 때마다 수행자는 바른 깨달음의 길을 향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를 종소리로 장엄하고, 염불로 장엄한다.

사물시연_산사에서는 아침, 저녁 예불의식 전 사물(법고·목어·운판·범종)을 친다. 말과 글로써 진리를 전달할 수 없는 축생과 습생, 나는 짐승, 지옥의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진리를 전달하는 또 다른 방법인 것이다.

예불_예불시간마다 부처님께 귀의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에 귀의하며 또 그것을 받들어 행하는 스님들에게 귀의한다. 예불문이 그러하듯 아침저녁으로 모시는 이 의식에서 모든 수행자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여러 불보살, 10대제자인 나한들과 삼삼조사 그리고 스님들께 마음을 다하여 귀의함을 고하며, 이로써 나를 비롯한 모든 중생이 일시에 성불하기를 기원한다. 이것이 예불의 지극함이다.

-운문사 ‘무명을 깨우는 새벽의 소리’ 중에서

*운문사는 경북 청도 호거산에 있는 사찰로, 대표적인 비구니사찰이다. 200여 명의 학인스님이 이곳에서 경학을 수행하고 계율을 수지봉행하고 있으며,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백장청규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운문승가대학은 국내 승가대학 가운데 최대의 규모와 학인 수를 자랑한다. 운문사의 새벽예불은 그 청정함과 웅장함으로 장엄을 이룬다. 들머리의 소나무숲이 아름다우며, 경내의 처진소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유성문(2007)

어쩌자고 새벽은 또 오는 것인가. 간밤의 미망이 채 끊어지기도 전에 무명(無明)의 새벽이 온다. 운문사 솔바람을 타고 오는 무명은 질기고도 가녀리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유라위의 석씨정사에서 노니시면서 모든 큰 비구들과 함께하셨다. 그때 부처님의 양어머니 대애도 구담미가 부처님 처소에 찾아와 여인도 부처님의 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을 수 있도록 허락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만 두십시오. 그만 두십시오. 구담미여. 여인으로서 나의 법률에 들어와 가사를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목숨이 다할 때까지 청정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킬지니. 일찍이 상념을 일으키지 말고 편안히 하여 삿된 생각이나 욕심 없이 마음을 고요히 비우는 것으로 오락을 삼을지니.

어진 아난은 대애도의 마음을 헤아려 어머니를 대신해 부처님께 여인도 힘써 나가면 사문과를 얻을 수 있도록 출가허락을 내리실 것을 간청하였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아난아. 여인으로서 나의 법률에 들어와 사문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한 집안에 딸이 많고 아들이 적으면 그 집안은 날로 쇠약해질 것이니. 그리고 마치 논의 벼이삭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때에 모진 이슬이나 재해가 있다면 좋은 곡식이 상하게 되는 것처럼, 이제 여인을 나의 법률에 들이면 반드시 불법의 청정범행이 오래도록 흥성할 수 없게 되느니.

-대애도비구니경

ⓒ유성문(2007)

내 마음속의 부처님은 내게 나지막이 이른다.

내 말의 겉만을 너무 보지 말아라. 세상의 모든 가엾은 것들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하나니. 그들이 슬피 울 때 나의 마음은 통곡으로 무너진다. 그 슬픔은 모태를 타고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나니. 아무리 측은지심이 불성이라 하여도 나는 너무도 고달파서 받아들일 수가 없구나. 차라리 용맹으로써 무소의 뿔처럼 나가 싸우다 산화하려니. 그대, 그 선망과 선무의 손길을 애써 거두라.

부처님이 무너지니 나도 무너진다. 운문사 새벽 솔바람은 무명 속에서도 하염없이 꽃잎을 떨어뜨린다. 어쩌자고 부처님은 또 오시는 것인가.

*비구니란 ‘걸식하는 여성’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비쿠슈니(bhiksuni)’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것으로, 재가불자들의 보시에 의해 생활하면서 모든 욕망을 끊고 오직 수행과 전법에만 전념하는 여자스님을 일컫는다. 남성의 출가자를 ‘비구(比丘)’라 하고, 여성으로서 출가한 사람을 비구니‘(比丘尼)’라 한다. 처음 부처님은 여성 출가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해 조건을 달았다. 그것은 비구니는 설령 자신보다 뒤에 출가한 비구라 할지라도 그를 공경해야 하며, 또 비구의 교단에서 떨어진 독립된 장소에 살아서는 안 된다는 등, 여덟 가지 조항의 규칙으로 부과했다. 실제로 비구의 계(戒)는 250조로 제정된 반면 비구니의 계는 348조로 되어 있어 비구에 비해 제한이 많고, 종단의 중책은 비구들이 맡는 등 차별이 존재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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