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공이 있었다. 불공이 끝나고 오른쪽으로 법당을 세 바퀴 도는 것으로 불공을 마지막으로 끝낸다. 탑돌이도 마찬가지다.
“스님, 왜 오른쪽으로 돌아요?”
그런데 중학교 아이가 불공이 끝나자 묻는다. 습관적이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1학년 여자아이인데 전교에서 1, 2등 하는 수재라 한다.
“뭐?”
가사 장삼을 벗던 나는 아이의 눈을 건네다 보았다. 초롱초롱하다.
“소라껍질, 시계 그리고 돌려 박는 나사못 본 적 있어?”
“…네.”
“그건 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이래. 소라, 시계, 나사 다 오른쪽으로 돌지.”
“…네?”
아이의 부모도 알았지만 관심 두지 않았다는 양 내 눈을 바라본다.
“태양이 동쪽에 떠서 서쪽으로 지기 때문이지. 그래서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많은 이유야.”
오른쪽으로 도는 걸, ‘우선(右旋)’, ‘우요(右繞)’라 쓴다.
방식은 중앙에 탑이나 존상을 모셔두고 있을 때, 탑이나 존상을 기준으로 탑이나 존상에서 보아서 오른쪽으로 첫 발을 떼어놓는다. 시계 바늘이 도는 방향이다. 도는 숫자는 3, 5, 7 등 홀수로 센다.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 존경의 예로 부처님을 향해서도 우요 세 바퀴를 도는 것은 도는 사람의 오른손이 부처님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한다. 숟가락이 없을 때 풍습으로, 오른 손은 밥을 먹는 귀함의 상징이고 왼손은 천함의 상징이었다.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 존경의 예로 부처님을 향해서도 우요 세 바퀴를 도는 것은 도는 사람의 오른손이 부처님과 가깝기 때문이다.
참고로 서양과 동양의 좌우는 서로 다르다. 동양은 탑이나 존상이 기준이 되지만, 서양은 보는 사람이 기준이 된다.
경전은 동양 사상이 기본이지만, 우리가 학교 교육에서 배운 것이 서양 방법이기 때문에 좌우가 혼란스럽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대지도론>에서는 우요의 공덕을 오복(五福)으로 말한다.
1, 후세에 용모가 아주 빼어난 사람으로 태어난다.
2, 음성이 청아하고 미묘하다.
3, 천상에 태어난다.
4, 존귀한 가문에 태어난다.
5, 나중에는 열반을 증득(證得)한다.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옛날 사람들, 가져다 붙이기도 참 잘했다, 하고 비식 웃는다.
이와 반대로 좌요(左繞)도 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방법이다.
달리기경기에서 운동장을 도는 방법 역시 좌요다. 야구의 주자 역시 좌방향이다. 이 좌요는 오른손잡이인 사람이 도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오른손 오른발이 발달함에 따라 그 힘이 왼쪽보다 앞서 오른쪽이 빠르고 왼쪽은 처져서, 자연스럽게 왼쪽이 축이 되고 오른쪽이 원의 변이 된다.
<선림상기전(禪林象器箋 10권 10禮則門)>에 나오는 말에 따르면, 선방에서 좌선 중 포행을 하는 방향은 좌요(左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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