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2.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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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행복해 보여요.
그래? 고마워.
어찌하면 저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걸 만들어.
스님은?
응, 난 이 나이가 되어도 부처님이 좋으네. 난 매일 부처님이랑 놀아, 그리고 꿈꾼다.
무슨 꿈요?
안 가르쳐 줘.
절을 찾아온 후배스님이 픽 웃다가 이조시대 때 낸 책들을 들고 와 사인해 달란다. 그 말에 나도 픽 웃었다.
가끔 스님 글을 읽으며 감동 먹곤 해요.
살면서 감동 먹을 게 한 개도 없는가 보지?
스님이랑 있으면 저까지 나그네가 되는 거 같아요.
너도 나그네, 나도 나그네. 그럼, 우린 나그네 아니었나?
그걸 잊어버리니까 문제죠.
법명이 지광이었나?
네.
지랄방광을 제대로 못하며 살고 있군.
내 말에 낄낄대고 웃는다.
괴로움은 사라지고 즐거움만 남는 이치는 없다. 괴로움이 사라지면 즐거움도 사라지는 법이다. 불행이 사라지면 행복도 사라진다. 진정한 즐거움과 진정한 행복은 아무 것도 구하지 않을 때에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작은 것에 즐거워하고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할 때 그때야 우리의 행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후배가 노란 형광펜으로 밑줄 친 부분을 읽어보니 누가 쓴 건지 그 말에 나도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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