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산이 좋아 산에서 산다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4.06.25 09:00 의견 0

얼마전 도반이 찾아와 바다엘 가자 했다.

"......뜬금 없이 바다는?"

"바다에 나를 놓아주러."

픽 웃었다. '스님아. 그런 너는 어디 있는데?'라는 물음대신 도반의 눈을 보았다.

"......가자."

"어디로?"

도반이 보챘다. '가긴 어디로 가? 나이 칠십이 다 되어 가지고. 인간아. 바로 여기가 목숨의 바다고 화엄의 바단데.' 하다 '바다는 어디에도 없어.'라고 내가 딱 잘라 말했다.

"어디에도 없지만 바다는 있어. 파도치는 소리, 갈매기 우는 소리 안 들려?"

"미친 놈. 넌 내가 바쁜 건 눈에 보이지도 않지?"

마을보다 고추며 옥수수 심는 게 늦었다.

"응, 난 지금 아무 데에도 없는 사람이야."

".....지랄."

내 말에 도반이 픽 웃었다.


"그러나 Somewhere Man? 그래서 지금 아무데에도 없었던 사람이 바다엘 가서는 뭘 하려고?"

"바다엘 가면 혹여 내가 있을까, 하고."

"그래서 어디로 가?"

"동해로."

그 말에 나는 그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쓸쓸해 하는 눈빛이었다. 헌데 놈의 눈에 '나는 나쁜 놈의 새끼. 불효자라'하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거였다.

"......그랬어. 나는 아무데에도 없었어. 바보맹그루. 스님아, 스님이 바다엘 가서 염불 한 자락만 해줘라."

"개코나 바다엘 가면 수평선을 바라봐야지, 파도소리 들으며 무슨 염불? 청승맞게스리."

"......알았어 가자고."

도반이 환하게 웃었다.

속가의 아부지가 돌아가시자 납골당에 모셨는데 요양원의 어무이마저 돌아가셨다, 한다. Somewhere Mdther, Somewhere Father? 그렇게 상제도 복인도 없이 그 뼈를 찾아와 어머니와 함께 바다로 보내주려는 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바다로 작은 배가 지나갔다. 그리고 뒤로 물길이 생겼다. 물길이 지워지는 길고 긴 시간동안 백골가루들이 저 바다로 뿌려졌다. 바다 저쪽 허공에서 갈매기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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